나는 어릴 때부터 경제, 정확히 말하자면 돈에 대한 관념이 없었다.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숫자가 나오는 이야기들은 흥미를 떨어뜨렸다. 청소년기의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그저 엄마에게 용돈을 얼마나 받아야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가였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어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나는 불안해졌다. 그동안 모았던 돈들은 대학생활을 하며 속절없이 빠져나갔고 내 통장에는 어느새 몇 십만원 밖에는 남지 않았던 것. 그제서야 나는 돈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그러기 위해선 경영학이나 경제학과 같은 과목을 들어야 했지만 학점이 신경쓰여 차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대신 나의 친구이자 선배이자 선생님이 되어 나와 놀아주고 가르쳐 준 책을 믿어보게 되었다. 하지만 현재 돈이라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만 도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라서 어떻게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 지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요 몇년 사이 그리스의 파업사태가 전세계의 이슈가 되었고 이번 해에는 영국의 블랙시트로 국제동향이 떠들썩 했던 적이 있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나는 점점 더 알고 싶어지는 욕구가 커지게 되었다.
'글로벌 금융 탐방기'는 경제에 대해 알고 싶지만 돈과 관련된 얘기에 경련을 일으키기까지 하는 나에게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작가는 증권맨으로, 각 나라의 경제에 대해 무척이나 관심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생생하게 피부로 그 흐름을 느껴보고 싶었고 그 결과 직접 관련된 나라에 방문하고 돌아다니며 실제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경제와 같은 딱딱한 이야기가 문화와 만나 유들해질 수 있었다. 또 실제적인 예시를 통해 경제 관련 용어를 설명해 주었기 때문에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각 나라의 경제구조를 살펴보며 세계사를 깊게 파고들면서도 절대 무겁지 않게 다루었던 작가의 글솜씨와 지식이었다. 베트남 전쟁과 관련해서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로 인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베트남 전쟁과 한국 전쟁을 정확하게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트남, 그리스, 멕시코, 중국 마지막으로 이스라엘까지. 각 장은 각 나라의 경제 상황 뿐만이 아니라 위에서 서술한 것과 같이 역사, 사회, 문화를 함께 읽어준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금융 탐방기가 아니라 세계사이며 문화사이며, 우리가 궁금해했고 앞으로 우리가 궁금해할 것들을 담고 있다.
현재는 항상 과거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 마련이고 현재가 모여서 미래가 형성된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역사는 형성되며 역사 속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얘기가 있다. 우리가 경제나 사회, 문화, 정치에 대해서 최소한의 지식을 갖춰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로 지금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것이 경제, 사회, 문화, 정치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모여서 나의 역사 더 나아가 인류의 역사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좋다. 내가 궁금해 했던 것을 재미있게 알려주기 때문에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알려달라고 하지 않았지만 플러스 알파로 꼭 알아야 할 것들을 풀어주기 때문에.
사실 앞으로도 내 삶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경제에 대해 전문가는 아닐 것이며 어느 곳에 투자를 해야 가만히 있어도 돈을 벌 수 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 용어에 제법 친숙해 졌으며 세계 경제에 더욱 관심이 가게 되었다. 책은 그저 글을 담고 있는 인쇄물일 뿐이지만 그로 인해 일어나는 변화는 화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