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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릿 GRIT
  • 앤절라 더크워스
  • 14,400원 (10%800)
  • 2016-10-25
  • : 17,509

 내가 어렸을 적 우리나라에 자기계발서 열풍이 불기 시작했을 때 '마시멜로우 이야기'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은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에 이야기 형식으로 쓰여 있어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마시멜로우를 먹지 않을 수 있는 의지, 즉 미래를 위해 당장의 즐거움을 참을 수 있는 힘은 나에게 '인내'를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인내만으로는 많은 것을 이룰 수 없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내 또래의 사람들이라면 들어봤을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 라는 말이 나를 정의하기 시작했다. 열정을 갖고 무언가를 시작할 순 있었지만 그것을 끝까지 해내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몇 번의 좌절을 경험한 뒤 나는 내가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거기에 인생을 걸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한 분야에서 알아주는 사람, 즉 전문가가 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 길을 걸을 수 있었을까? 그들에겐 모차르트나 아인슈타인 같은 재능 또는 지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 못한 나와 같은 사람들은 그와 같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 『그릿』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그릿』을 쓴 저자는 우리 범인과 같이 어렸을 적 천재라고 기대받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하고 싶은 것이 있었고, 한 번 잡은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는 시도를 하여 결국엔 천재들이 받는다고 알려진 상을 수상하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그 공을 자신의 지능이나 환경, 재능에 돌리지 않고 무언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나갈 수 있는 끈기에 돌렸다.
 저자가 말하는 끈기, 즉 Grit은 어떤 고난도 견디는 근성, 집념, 투지를 의미한다. 보통 우리는 어떠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노력보다 재능으로 본다.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인 모차르트를 이길 수 없었던 살리에르처럼 노력은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지 그뿐일까? 아무리  재능이 많아도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모르면 빛을 발휘할 수 없다. 결국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재능형이든 노력형이든 간에 상관없이 '적성'이라고 부를 만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인내심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끈기이다.
 일단 무언가에 흥미를 갖게 되면 우리는 잠깐동안 발을 담근다. 그러나 거기서 완전히 몸을 적시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대로 엄지 발가락만 적시고 발을 빼는 사람이 있다. 물론 그 곳이 자신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흥미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내가 몰두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조그만 지표, 단서일 수도 있다.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끝까지 가봐야 한다.
 책의 저자는 그릿에 대해 여러 심리학적 용어들과 예시를 통해 설명하고, 어떻게 끈기를 기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소개한다. 그래서 성공신화만을 보여주고 정확한 길을 제시하지 않는 여느 자기계발서들과는 다르다.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도 원한다면(그리고 책에 있는 방법을 잘 실천한다면) 후천적으로 그릿을 기를 수 있지만 그 역시도 많은 부분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물론 환경이 안 좋은 사람들도 성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며, 대부분 가난한 아이들은 그릿을 배울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버린다. 결국 그릿은 선천적인 요인은 아닐 수 있지만 환경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이것이 우리가 더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며 아이들을 대할 때 더 조심스러워 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그릿은 재능과 노력 중에 노력의 손을 들어주며 누구나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던지지만 저자가 전공한 긍정심리학, 성취심리학은 개인 심리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따라서 사회가 개인을 착취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너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것밖에 안되는 거야"라는 말을 듣고 사는 젊은이들에게 더이상 노력을 하라는 얘기는 귓등에도 닿지 않을지 모른다. 같은 것을 하더라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얻어야 하지만 그밖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많다. 책은 독자로 하여금 하나의 길을 제시해주지만 그 길이 자기가 원하는 길로 향하는 지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을 보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붙잡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중도에 포기해버린 것들도 꽤 된다. 포기하게 된 것들은 대부분 어려워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발짝 더 떼지 못한 것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그릿은 버티는 힘, 끝까지 가보는 것 그리고 더이상 못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이다. 현대에는 너무나 많은 기회들이 널려있다. 그래서 이게 아니면 저걸 하고 저게 아니면 다른 걸 하자는 마음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그 유혹에 빠진 사람들은 결국 얕은 물에서 놀 수 밖에 없다. 깊은 물에 완전히 잠기면 경험할 수 있는 것들 앞에서 등을 돌리는 일은 너무나 많은 후회를 남긴다. 이러한 미련을 덜어주는 것이 바로 열정적 끈기인 그릿의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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