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처럼 대담하라_신동준]
21C 경제전쟁 시대에서 난세의 영웅 조조를 보다.
삼국지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중국 소설 중 하나이다. 한 때는 드라마, 영화 열풍이 돌아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자리잡기도 했다. 심지어는 삼국지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위해 사당을 짓고 그곳에서 자신의 염원을 빌기도 하는 등의 신격화가 이뤄지기도 하였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삼국지를 아빠에게 처음 선물 받고 밤새도록 글 읽는 것을 멈추지 못한 때가 있었다. 삼국지의 영웅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개성이 넘치고 영웅적이며 한 소녀의 눈을 반짝이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면모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의 내가 가장 사랑했었던 인물은 유비, 장비와 함께 도원결의를 맺었던 둘째 형님, 관우였다.
적토마를 타고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적장을 누비는 모습은 가히 적군에게는 사신이였지만 나에게는 흥분을 안겨주는 영웅이었다. 또한 술을 좋아하고 다혈질이라 모든 일을 망쳐놓는 장비와 달리 관우는 인자하며 자신감이 넘쳤으며 무엇보다 신뢰와 우애를 중시했다. 그는 형제가 위험에 닥칠 때마다 재치 넘치는 임기응변을 발휘하여 전장을 승리로 이끌기도 하였다. 그래서인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 나 역시 그 사람을 좋게 보듯 관우가 존경하는 유비가 삼국지를 대표하는 영웅으로 보였었다. 또한 어떠한 술책에도 능한 제갈량이 인정한 사람이니 유비가 과연 통일을 이룰만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유비, 관우, 장비의 활약만을 가슴에 담은 채 삼국지를 졸업했다.
그러나 '조조처럼 대담하라'는 책은 나에게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조조는 그저 책략을 잘 쓰고 통일을 꾀할뻔 했던 인물이 아니라 중국에서 칭송받는 마어쩌둥과 중국번이 꼽는 그 시대의 최고 영웅이며 유비는 우유부단하고 언제고 눈물을 흘리며 군자 역할을 하는 간악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을 근거하는 자료들을 보며 그동안 믿고 있었던 삼국지에 대한 마음이 예전과는 같을 수 없음을 느끼게 되었다.
책에서는 조조와 관련된 중국고사를 자주 인용하며 조조가 어떠한 사람이었는지를 제시한다. 먼저 조조는 인재를 얻기 위해서 다른 누구보다 더 애썼으며 심지어는 성품이 안된 사람이라도 능력이 출중하면 그를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포용력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인재들은 자신을 인정해 주는 조조 옆에 모이게 되었고 그를 위해 많은 간언을 하여 전장을 주도했다.
또한 조조는 '손자병법'에 주석을 붙여 자신만의 병법인 '손자약해'를 편찬할 정도로 여러 병서들을 자주 읽는 독서광이었다. 전장에서도 수불석권(손에서 책을 놓지 않다) 하였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선생을 불러 함께 얘기를 주고 받으며 가르침을 받았다.
이 밖에도 조조는 전쟁에 나가기 전 전략의 완성도를 중시했음에도 전투 당시에 상황이 바뀌면 계획 그대로 실행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점을 살펴 임기응변을 펼칠 정도로 상식의 틀에 갇혀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결단한 것을 서슴없이 때에 맞게 행동할 수 있는 실행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렇게 저자는 그동안 나를 비롯한 여러 독자들에게 조조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점들을 콕콕 찝어주었다. 또한 동시에 21C의 현재와 그 당시를 비교하며 전시상황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이 조조와 같은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삼국지는 어릴 적 그저 철없는 꼬맹이의 대영웅 서사시였다. 그러나 삼국지 안에는 어떤 인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또한 어떤 상황에서 책을 접하느냐에 따라 끝없는 해석이 가능한 무한성을 지니고 있는 책이다. 내가 처음 삼국지를 읽었을 땐 '톰소여의 모험'과 같은 성장소설로 흡수했지만 현재의 나에게 삼국지는 다양한 전략과 사회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처세술과 생존전략으로 둔갑했다.
혼란했던 시기 조조는 자신의 곁에 능력있는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으며 스스로도 본받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21c 사회적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때, 조조의 인재욕심은 자기에만 신경쓰고 사회자본을 얕잡아 보는 이들에게 일침을 주기도 한다. 또한 매번 무모하게 도전하여 실패하는 이에게 때를 기다리며 자신의 알맹이를 키우라는 조언을 던지기도 한다.
'조조처럼 대담하라'는 책은 모든 에피소드가 중국 고사로 이루어져서 읽기 힘든 점이 있지만 이야기를 통해 위와 같은 다양한 관점들을 수용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즐거운 여행이 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