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가고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단풍이 지는 계절, 가을.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나는 보통 오랜 시간 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곳에서는 책을 꺼내들곤 하는데 그중 가장 좋은 자리는 지하철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지하철에서 책을 들고 있는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현재와 같이 발달하지 않았던 예전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책을 가까이했었다. 우리는 그렇게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서 책 한 권을 독파하며 지식을 쌓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는 것을 금방금방 알 수 있는 시대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알기 위해 책 대신에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스마트폰이 책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은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선망하는 CEO나 학자, 전문가들은 여전히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주장한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백 권씩 책이 쏟아지는 시대에서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하며 또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러한 이들을 위해서 독서를 위한 책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이번에 읽은 이해성의 ‘1등의 독서법’이다.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은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뇌 가소성(plasticity)' 때문이라고 답한다. 인간의 뇌는 플라스틱처럼 어떤 힘을 가하느냐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뇌의 피질 영역은 어떤 활동을 할 때 그와 관련된 부위가 활성화되는데 독서를 할 때는 뇌의 전반적인 부위가 활성화된다. 말 그대로 쇠가 불에 가해져 어떠한 상태로든 변화 가능하게 말랑말랑해지는 것과 같이, 뇌는 독서라는 작용으로 인해 달궈져 말랑말랑해진다.
이와 같은 변화를 직접 체험해 본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인들이다. 세종대왕, 이순신, 정약용, 레오나르도 다빈치, 슈베르트,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등 독서는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위대한 변화를 일구어 낸다. 나 역시도 어릴 때부터 책을 읽으며 커왔기 때문에 책 읽기에 중요성과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 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책을 많이 읽기만 한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다. 저자는 책을 500권쯤은 읽어야 뇌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며(실제로도 그런 경험을 했다고 한다) 책을 적극적으로 접할 때 뇌에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고 주장한다.
500권이라니!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을까 말까 한데 과연 가능한 일일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꿈꾸는 다락방’에서 하루에 책 한 권을 읽는 365일 책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삶이 달라진 사람들을 보면 이 정도의 시간과 노력 투자는 기꺼이 감수해야 할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독서는 평범한 사람을 비범하게 변화시키는 것 이외에도 몰입을 경험할 수 있게 하며 삶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기도 한다. 또한 책을 읽는 사람이 모두 훌륭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훌륭한 사람들 곁에는 언제나 책이 자리했다.
여기까지만 봐도 갑자기 독서를 하고 싶은 열망이 생기지 않는가? 내 인생이 책으로 인해 어떻게 변화될지 기대가 되지 않는가?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독서가 이러한 열망과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은 0.1% 인재를 위한 리딩 팁이라는 소주제를 통해 여러 사람들의 독서법을 체계적이면서도 간단하게 정리해 놓은 페이지들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책을 읽더라도 다 똑같이 읽는 것이 아니므로 독서를 위해서는 자신과 맞는 독서법을 찾는 것이 좋다. 책에서는 4가지의 독서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등의 독서법’에서 말하는 키워드 독서는 이러한 여러 가지 독서법에서 나온 것이다. 기본적인 것은 같은 주제의 책을 여러 권 읽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더해 자신에게 필요한 키워드를 찾아 읽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려 하기 때문에 좀 더 실용적이다. 예를 들어 커피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싶을 때 우리는 그 방법을 찾는데, 인터넷이나 블로그보다는 실제로 커피 사업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는 것이 더 확실하며 전문적이다. 즉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위해 목적을 갖고 키워드를 중심으로 독서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한 분야에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을 삶의 맥락에 적절하게 배치시켜 좀 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지식의 축적으로 발전을 일뤄왔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명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지식을 전달할 수 있었던 문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람들의 지식을 모아놓은 것을 우리는 책이라고 부른다. 책을 통해 사람들은 과거와 소통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예측한다. ‘1등의 독서법’은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에게 책을 더 가까이하도록 설득하며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