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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덕님의 서재
  • 나의 엔딩 노트
  • 주부의벗
  • 15,750원 (10%870)
  • 2026-03-18
  • : 570

나의 엔딩 노트

 

삶의 마지막을 준비한다는 말은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이야기다.

우리는 끝을 생각하기보다 오늘을 버티고 살아가는데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의 끝을 한 번쯤 상상해 보는 일...

어찌보면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시간을 더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나의 엔딩 노트》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는 책이다.

단순히 죽음을 준비하는 기록장이 아니라, 내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노트에 가깝다.(마치 가계부를 보는 듯한 구성이라 익숙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말, 나의 삶에서 소중했던 기억, 마지막 순간에 바라는 것들을 천천히 기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정리하게 된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매일 만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 책이 전하는 의미는 조금 더 깊어진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기억학교에는 인지저하와 경도인지장애를 겪고 있는 어르신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어떤 어르신은 어제의 일을 잊어버리지만, 수십 년 전의 기억은 또렷하게 떠올리기도 한다. 어린 시절 이야기, 젊은 날의 직장 이야기, 자녀를 키우던 시절의 추억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흘러나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종종 생각한다.

사람에게 기억이란 결국 ‘자신의 삶을 증명하는 기록’이 아닐까.

그래서 《나의 엔딩 노트》는 단순한 ‘마지막 준비’의 의미를 넘어선다.

어르신들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남아 있는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삶의 정리 노트이자 희망의 기록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리하고 남겨 두는 과정은 기억이 흐려지는 시간을 마주하는 사람들에게도 하나의 작은 등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을 어르신들과 함께 떠올리며 읽다 보니, 기록한다는 행위가 단순히 과거를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준비하는 희망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돌아보는 사람은 남은 시간을 더 신중하게 살아가게 된다. 그것이 바로 ‘엔딩 노트’가 가진 또 하나의 의미일 것이다.

 

다만 이 책을 활용할 때 한 가지 유의할 점도 있다.

엔딩 노트의 특성상 가족 관계, 재산,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매우 많이 기록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만약 외부에 노출된다면 개인에게 불편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록을 할 때는 보관 장소를 신중히 선택하고, 꼭 필요한 정보만 정리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주의가 함께 필요하다.

삶의 끝을 생각하는 일은 결코 우울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삶을 더 소중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질문이다.

기억이 조금씩 흐려지는 어르신들이 지나온 시간을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느낀다.

사람의 삶은 결국 기억과 기록 속에서 이어진다는 것을.

《나의 엔딩 노트》는 그 기록을 미리 남겨 보는 작은 연습장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기록은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시간을 더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한 다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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