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어드》에서 오늘날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국가들의 특징을 정의했다. 서구의, 교육 수준이 높고, 산업화된, 부유하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자란 사람들에 의해서 말이다. 18세기 산업혁명을 가장 먼저 시작한 영국은 이런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여러 세기 동안 로마의 지배를 받고, 바이킹의 침략으로 멸망 직전까지 갔던 잉글랜드가, 인류역사상 가장 넓은 면적을 지배했던 대영제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이다. 20세기 1차 세계대전 이후 100년 넘게 세계 최강국인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국가이다. 미국 역시 영국이 걸어왔던 길과 비슷하게 성장해왔다. 그럼 21세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한 중국은 어떠할까?
중국은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의 하나이며, 세계 4위 면적의 영토, 인구는 15억이 넘는 세계 1위의 국가이다. 수천 년 인류사에서 세계 최강국의 수준을 보였고, 18세기 청나라의 GDP는 세계의 절반에 육박했다.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해 후 200년 가까이 영향력 없는 국가로 전락했다. 1978년 덩샤오핑은 시장경제로의 체제 이행을 시도했고, 1992년 2차 개혁·개방을 추진하며 경제성장을 시작한 중국은 이때부터 미국, 유럽, 일본의 뒤를 잇는 제4의 시장으로 불리게 된다. 일본은 2011년 1968년 이후 42년 만에 세계경제순위 2위 자리를 중국에 물려주게 된다. 2021년 현재 중국의 GDP는 16조 달러이며, 일본은 5조 달러로 10년 전과 변함이 없다. 중국은 10년 만에 무려 3.5배 이상 경제 규모를 키운 것이다. 이런 중국의 개혁개방과 세계의 공장화에는 냉전 시기 미·러의 경쟁에서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개입으로 인한 결과도 한몫한다.
중국은 2011년~2021년 불과 10년 만에 5조 달러에서 16조 달러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이다. 이러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제국의 충돌》은 짧은 기간 말도 안 되는 경제성장을 이룩한 중국이 과연 미국과의 신냉전 체제를 구축할 말한 제국이 될 수 있을까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풀어낸 책이다. 역사적으로 거대한 영토나 경제력만으로 세계를 제패한 국가는 없었다. 오히려 로마나 영국, 몽골처럼 환경적인 요인보다 구성원이 가지는 특징을 가진 국가가 세계를 제패했다. 중국은 1921년 창당한 공산당에 의해 정치·군사·경제 모든 부분을 지배당하고 있다. 창당 이래 1인 독재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시진핑이 2연임 초과 금지 원칙을 깨고 3연임이 확정되었다. 역사적인 제국이 가졌던 민주적인 사회라는 것이 중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1865년 창립해서 2008년 세계 휴대전화 시장 41.1%라는 기록을 보유한 회사 노키아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2008년 당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겨우 15.4%에 불과했다. 모토로라의 뒤를 이어 14년간 세계 1위였지만, 비대해진 조직과 안일한 시장 대응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우리는 초등·중등·고등처럼 성장에 걸맞은 교육을 받으며 성인으로 성장한다. 중국은 불과 10년 만에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경제를 이끌고 유지해나갈 주축들은 걸맞은 수준으로 성장했을까? 저자는 급성장한 경제만으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패권국이 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이데올로기로 비롯되었다면,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자본간 충돌로 비롯된다고 말한다. 짧은 분량으로 중국 경제성장의 현실과 이면을 알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