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 냥도리의 그림수업
▷ 박순찬
▷ 아라크네
▷ 2022년
▷ 240쪽 ∥ 454g ∥ 152*225*15mm
▷ 미술/스케치
◆ 후기
▷내용《中》 편집《中》 추천《上》
의사소통(Communication), 언어나 몸짓이나 물질적 기호를 통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을 서로 전달하여 통하는 것을 말한다. 한자어보다는 라틴어가 근원인 영어가 그 목적에 가깝다고 하겠다. 라틴어로 'communicare' 나눈다는 의미인데, 신화시대에서는 신이 인간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의미했고, 인간의 중심이 되는 오늘날에서는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심리적 전달의 핵심으로 쓰이고 있다.
비언어적 의사소통(Nonverbal Communication), 우리 뇌의 의식과 무의식을 표현할 때 빙산을 자주 인용한다. 물 밖으로 보이는 빙산보다, 수면 아래 있는 빙산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에서도 언어로 이루어지는 대화, 글씨 같은 수단이 빙산과 같다. 언어적 소통이 20%라면, 비언어적 소통이 80%가 넘는다. 눈빛, 몸짓, 인상, 표정, 어조, 의상, 그림 등 일상에서도 매우 많이 쓰이는 소통의 방식들이다. 이중 그림은 도구를 이용해서 그 결과물로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말하며, 언어를 배우기 이전에도 아이들은 낙서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인류 역사상 최고의 창의적인 인물로 불리게 만든 것은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일 것이다. 발명가, 건축가, 과학자, 음악가, 의사 등 수십 개의 직업을 가지고 다양한 업적도 이루어냈고, 심지어 비행기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설계도까지 그려낸 인물이다. 그런데도 최고의 업적은 화가로서의 그의 작품들이다. 인간의 여러 발명품, 발견물 중에서 인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최고의 창의적인 일이 아닐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시각적 관심이 생겨났다는 증거야.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과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지. 그런데 사진을 찍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건 많이 다르지 않나요? 사진은 클릭 한 번이면 되지만 그림…. 게다가 전 곰손이라…. 그래. 사물의 최상의 순간을 포착해 나온 결과물로 감상을 유도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그림 그리는 것과 비슷하지. 순간을 포착하는 일은 손이 아니라 눈이 하는 것이고, 손은 종이에 옮기는 작업만 담당할 뿐이야.”
“그리고 그림 그리기는 더 많은 관찰을 필요로 하게 되고…. 이런 무한 루트에 오르면 그림 실력이 향상되는 거야. 관찰, 더 많은 관찰, 그림 욕구, 관찰 욕구, 더 많은 관찰, 더 많은 관심, 더 많은 그림 욕구, 더 많은….”
그림의 그린다는 것을 어린 시절엔 쉬웠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매우 어렵게 느낀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눈으로 보고 머릿속으로 만들어진 형상을 손을 통해 옮기는 과정이다. 그런데 그 결과물에 우리는 순위를 매기기 때문이다. 어릴 적엔 낙서나 크레파스, 색연필, 물감 등 그림을 능숙하게 그려왔지만, 교육과 사회생활에서 우리는 경쟁이나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되고 익숙해져 버린다. 그래서 그림을 잘 그려내지 못하면, 아예 그리지 않고 포기하게 돼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 트라우마가 되어 우리에게 그림을 그리지 않게 만들었고,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다양한 생각의 표현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장미가 아름답다는 글은 몇 가지의 생각밖에 표현하지 못하지만, 손수 그린 장미 그림은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그림과 멀어지고 관찰하지 않게 되고 관심이 멀어진 지금의 상태에서, 이 과정을 역행하면 그림과 다시 가까워진다고 말이다.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그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사물마다 가진 고유의 특징을 발견하게 되고, 그리기 실력은 더욱 는다고 말이다. 그리기는 성적의 우열을 가리는 시험이 아니라, 나를 더욱 많이 표현할 수 있는 소통의 방식이다. 시중에 많은 단순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관심과 관찰이라는 소통의 기본에 충실한 방법으로 그리기를 설명하는 따뜻하고 귀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