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 오히려 좋아
▷ 채희선
▷ 부크럼
▷ 2022년 04월 20일
▷ 276쪽 ∥ 316g ∥ 127*188*17mm
▷ 에세이
◆ 후기
▷내용《中》 편집《中》 추천《中》
한국인 저자의 책을 거의 안 보는 나를 끌리게 하는 포인트가 있었다. 저자 소개에서 콘텐츠가 좋다는 이유로 MC, 쇼호스트, 유튜버, 미디어 강사,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생, 수필가 등 여기저기 활동 중인 저자가 자신을 표현한 한마디 때문이다. ‘건강한 또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건전한 또라이’로 불리는 걸 좋아한다. 유튜브에 등록된 게시물 수가 360개인데, 누적 조회 수가 1억 2천만이다. 이는 한 게시물당 평균 33만 회 정도의 조회로, 잘 팔리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말이다. 어떤 콘텐츠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지 궁금했다.
“사춘기 때 경험한 부모의 이혼은 어린 내가 홀로 감당하기에 힘들었다. 외동으로 자랐기에 충격과 슬픔을 나눌 형제도 없었고, 또래 친구들은 이별 자체를 잘 몰랐던 터라 나를 오롯이 위로해 주기 어려웠다. 그때의 나는 부모가 선택한 삶으로 내 삶까지 변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살면서 처음 직면한 위기에 어찌할 바를 몰라서 그때의 상황을 일기장에 글로 쓰고, 울고를 반복했을 뿐, 그 누구에게도 티 낼 수 없었다.”
“어느 날, 친구와 밥을 먹다가 당시 나의 고민을 얘기했다. 친구는 ‘지금’, ‘식당’이라는 같은 시공간에 머무르며 나의 고민을 들어줄 수는 있어도, 내 고민의 시공간을 함께 겪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잘 헤아리기 어려웠을 거다. 밥을 먹다가 시작된 급작스러운 상담에 체했을 법도 한데, 친구는 ‘우리’라는 단어를 써 가며 내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희선아, 네가 하는 고민은 나도 겪어 본 거야. 우리의 고민이지.”라며 함께 고민해 주고, 날 위로 주었다. 나는 친구와 머무르는 지금 이 시공간이 고마웠다. 지금 당장 내 고민이 사라지지 않더라도, 내가 가는 길마다 친구가 응원해 주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마음이 든든해졌다.”
어느 ‘건강한 또라이’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에서 실수나 실패를 반복하지만, 여전히 ‘남들처럼’이 아닌 ‘건강한 또라이’로 즐겁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쓴 책이다. 여러 길에서 넘어져 봐서, 이제는 어떤 길이든 잘 달려 나갈 수 있고, 많이 울어 봐서 더 잘 웃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인생에서의 위기에도 정도 차이가 있다. 밥을 굶어 보거나, 전쟁을 겪어 보거나, 가정폭력을 경험하거나 등 말이다. 저자의 사춘기 시절 부모의 이혼이나,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은 크게 불행이라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저 정도 일로 인생의 굴곡이라 느낄 만큼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구나라는 부러움은 생긴다. 저자처럼 적당한 환경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평탄하게 살아온 사람들에겐 공감이 되겠지만, 조금 난이도 있는 삶을 살았다면 크게 위로는 되지 않는다. 책에서 아쉬운 부분은, 세상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크게 부각하지 못한 것이다.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나’가 아니라 ‘우리’다. 누군가가 나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생면부지의 사회 구성원 직간접적 도움으로 나의 생존과 행복이 보장되는 것이다. 생면부지의 군인이 3.8선을 밤새워 지키고 있지 않다면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당신이 운전해 가는 도로의 아스팔트를 밤새 누군가가 보수해두지 않는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일어나니 실망하지 말고, 넘어졌다면 잠시 쉬웠다가 다시 씩씩하게 걸으면 된다. 내가 겪어 보니 다 그렇게 되더라.” 남들처럼 살기보단 나처럼 살아라.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러한 느낌이 드는 말이다. 남들처럼 생계를 해결하지 못하는 취준생들도 많고,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남들처럼 주거·의료 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계층도 많다. 중상층 이상의 사람들에게 어울릴만한 책이고,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에겐 크게 위로나 공감이 되지는 않는 수준이라 생각한다. 스스로 중산층 이상이고 여러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