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장정의 자극적인 표지가 맘에 안 들어 책을 놓아두고 며칠을 방치하다 다시 든 그날 새벽에야 잠들수 있었다.
말 그대로 책속으로 빠져들어간다는게 바로 그거구나 그렇게 생각되었다.
비젼과 희망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던 이 책의 저자커플인 장로회신학자 부부.
어느날 신랑인 Scott Han 목사는 그가 가르치던 고등학생의 "오직 성서만으로~"라는 교리를 성서 어디서 찾을수 있을까요?" 라는 짖궂은 질문을 받고 그 해답을 찾아주러 나선다. 하지만 그 해답은 막연하기만 하다가, 어느날 살짝 그의 앞에 다가오고, 그 해답을 잡으려 하면 어디론가 토끼처럼 도망간다. 그 토끼와 같은 해답을 붙잡으면 그의 미지의 장소에선 그가 알고 있던것은 다른 모습으로, 그리고 그가 전혀 모르던 세계가 펼쳐진다. 결국 그는 금단의 열매를 따먹게 된 것이다.
천주교가 틀렸음을 밝혀 장로회의 올바름을 증명하려던 그는 어느날 자기도 모르게 천주교를 옹호하던 자기를 알아채곤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러나 이미 진리를 찾으려는 그의 목마름은 걷잡을수 없다.
교황이 틀렸음을 증명키 위해 동방정교회의 교리를 공부한다.
이후 성모교의를 거부하기 위한 이론을 얻기 위해 우연히 습득된 묵주를 들고 깨달음을 달라는 지향을 하며 묵주기도를 시작한다. 킴벌리여사는 성모님께 이렇게 첫번째 화살기도를 보낸다. "제발 우리 남편이 당신의 기념물(묵주,성화)로 집안을 장식하지 못하게 해주세요" 이 두가지 대목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희극이면서 비극이었다. 갈라져버린 교회의 형제자매들에겐 이토록 넘지 못할 태산과도 같은 장벽이었다. 로마교회에 대한 강한 비판정신과 실천을 모토로 삼는다는 그 순간에 이들의 손엔 묵주가 들려져 있었고, 중재자 마리아를 불렀지만,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아니, 이를 인정했을때 스스로 무너지고 버려야 할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일까.
천주교인들과 함께 생명운동을 벌이는 아내 킴벌리씨는 이른바 천주학쟁이들 (Romanist)과도 겉으로는 우호적으로 지내고 있었지만, 천주교의 부름이 가정으로 유입되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도 강력히 거부한다.
스코트목사는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영국국교회 이야기를 꺼내지만 킴벌리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쏟는다. 이미 킴벌리는 남편의 여정이 영국국교회에서 끝나지 않을 것을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스코트는 킴벌리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빠져들어가는 스코트 그로 인한 걷잡을수 없는 부부의 갈등. . . 정녕 예수는 화평이 아니라 검을 주러 온 것일까? 이후 킴벌리를 휘어감싸기 시작하는 고통의 신비들.
이들 부부의 심리묘사는 너무나도 치열하고 솔직했다.
머리로는 받아들인다, 그러나 가슴은 거부하고 있다. 가슴은 받아들이지만 머리가 거부한다. 머리와 가슴이 받아들여지지만 결단을 할수 없다. 결단해야 하는 순간에, 지금까지 지내온 그 모든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너무 슬펐다. 그냥 오손도손 유명한 목사부부로 남고 돈과 명예가 따라올텐데, 그냥 덮어두고 있지. 스코트가 찾아간 동네 신부님조차 "그냥 좋은 장로교인으로서 남아라" 라는 충고가 차라리 이들을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그 책을 다 읽고서야 책의 장정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을수 있었다.
천주교를 연구하는 부부의 여정은 탐정소설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내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공포소설로, 그리고 결국에는 아름다운 로맨스 소설로 끝마치게 되었노라며.
이 책을 읽고 개운하지만은 않았다. 그들이 천주교를 접할때 보였던 이중잣대와 자기속임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