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는 만류에도 그는 기어이 강을 건넙니다. 여옥의 연인이 아니라도 강을 건너고 싶어하는 사람은 강 건너 언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합니다. 강을 건넌다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듯이 이 곳에서 이루지 못한 것이 저 곳에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김훈의 <공무도하>는 현실을 벗어나고 싶지만 결국 강을 건너지 못하는 우리들의 초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김훈은 이 소설을 통해 기자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바라 본 사람과 삶의 모습을 우려냅니다. 사회부 기자인 문정수의 눈에 들어오는 세상은 활자로 쓸 수 있는 것과 드러내놓지 못할 이야기로 걸러집니다. 기막힌 이야기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이야기들과 너무 놀랄 일이 많아 어지간한 일에는 눈이 크게 떠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놓지 못할 기사들은 활자 밑으로 사라집니다.
문정수는 일을 끝내고 세간에 알리지 못하는 기사들을 토해내러 노목희를 찾습니다. 세상의 말로 나오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노목희의 품에서 풀어 놓지만 그녀의 몸이 깊어 끝에 닿을 수 없었던 것처럼 그의 말도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흩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는 어느 곳에 닿지 않더라도 토해낼 수 있는 품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 받습니다. 노목희의 말처럼 삶은 꽉 찬 것 같아도 텅 빈 것처럼 허허롭기도 합니다.
바닷가 해망에서 만나는 갖가지 사연을 품은 사람들의 삶이 현실 위에 겹쳐집니다. 차마 드러내놓지 못하는 이야기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에서 비루한 삶을 읽습니다. 마음 한 구석에 바람이 든 것 같은 허전함을 안고 사는 사람들은 강을 건너다 강이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바람이 들어 오는 허전하고 빈 마음일지라도 굳이 채우려하지 않는다면 강이 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의 삶은 휩쓸려 물이 되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자인 문정수가 해망에서 만나는 박옥출, 장철수, 오금자, 방천석은 모두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감추고 싶은 과거나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 해망에 닿은 사람과 해망에서 벗어나려는 사람 모두 강을 건너고 싶어합니다. 해망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의 다른 이름입니다. 벗어나고 싶지만 차마 잊기 어려운 삶은 문신처럼 기억에 새겨져 있습니다. 강을 건넌다고 지난 삶의 자취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헛헛한 마음을 한 켠에 두고도 살 수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