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는 진보다
지니 2008/02/0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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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의 어록인 논어는 공자가 돌아가신 후 제자들이 그의 언행을 묶어서 만든 책입니다. 공자와 제자들 간의 질문과 대답이 주를 이루고, 공자의 행적과 그 시대 왕들과의 문답 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문자로 남은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논어도 시대적 상황과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그리고 인용하는 이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박민영의 <논어는 진보다>는 논어를 처세서나 잠언집이 아니라 사상집이자 철학서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대개 공자를 보수적이고 권위와 형식에 치중하였다고 여기지만 저자는 논어와 공자에 대한 이러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공자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라는 관점에서 논어를 풀이하고 있습니다. 공자를 인간적이고 도덕적인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 문화주의자로 보고 진보적인 시각에서 논어를 읽습니다.
보수의 틀에 갇힌 논어를 재해석한 이 책은 책머리에 공자의 생애를 소개하여 그 시대의 사회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고 부록으로 한문 상식과 편명, 공자 연표와 주요제자 열람, 공자시대의 주요국 세계 등을 실어 논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본문은 제1장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공자, 제2장 공자의 정치학, 제3장 공자의 인간학, 제4장 공자의 철학의 순서로 엮여 있습니다.
먼저 논어의 원문을 소개하고 종래의 해석을 실은 다음, 원문이 나오게 된 배경과 문장 속에 언급된 인물, 제자들에 대한 설명에 이어 새롭게 풀이한 논어를 끝에 적고 있습니다. 여러 해석들 중에서 노력의 결과가 인仁이 아니라 노력하는 과정을 인仁으로 보고 있다는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공자가 덕치德治를 인仁의 정치적 실현으로 보고 자로와의 대화에서 수기修己를 인仁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위정자의 사람 됨됨이가 치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대 사회에 필요한 덕목인 타인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인 어짊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깨달음을 정치적으로 실현하려한 공자의 시도를 높이 사게 됩니다. 공자가 이야기하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하더라도 법도를 넘지 않는 개인의 경지에 이르려면 깊은 성찰과 실천이 따르는 삶이 바탕이 되어야할 것입니다. 이것은 사회가 가장 높은 경지에 오를 때의 모습과도 겹칩니다. 늙은이들은 인을 누리고, 벗들은 인을 믿고, 젊은이들은 인을 품는 사회는 이상으로 남더라도 공자의 가르침을 새기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은 값있는 일입니다.
저자의 견해처럼 논어를 해석하는 시각의 차이는 공자의 한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한계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시대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고 본다면 공자를 진보주의자로 해석하는 것도 현실이 요구하는 공자의 모습이 투영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공자가 보수주의자, 형식주의자 혹은 진보적인 휴머니스트 또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인仁과 예禮를 강조하고 덕치를 으뜸으로 여긴 가르침은 대를 이어 전해질 것입니다. 인간 공자를 만나 오늘의 나, 지금의 사회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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