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와 얼마나 다른가?
지니 2020/01/1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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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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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2014-12-26
: 8,754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자전적인 경험이 바탕이 된 작품이라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이 작가는 쓰지 않으면 따분하고 살아있을 이유도 없으며 유일하게 흥미로운 것이 글쓰기라고 말합니다.
건조한 문장으로 그린 삶의 무늬는 복잡한 듯 단순합니다. 마치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없는 것처럼 달관한 시선은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조차 대수롭지 않다고 말합니다.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 것이 사라진 사람과 다른 점일 뿐이라고 여기면 살아있는 우리가 겪는 아픔은 사소하고 시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잊어버리게. 인생은 그런 거야. 모든 게 시간이지나면 지워지게 마련이지. 기억은 희미해지고, 고통은 줄어들고, 나는 사람들이 어떤 새나 꽃을 기억하듯이. 내 아내를 기억하고 있지. 그녀는 인생의 기적이었어. 그녀가 사는 세상은 모든 게 가볍고, 쉽고, 아름다웠지.”(316쪽)
아고타 크리스토프! 그녀가 쓴 세상은 무겁고, 어렵고,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런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아름답거나 추한 바탕화면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삶의 속살을 드러내며 존재의 본질을 묻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나와 얼마나 다른가?
예사롭지 않은 유년기의 체험이 담긴 이 작품은 간결한 문장으로 살갗 아래 뼈에 새겨진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세 편의 이야기는 마치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방에서 배를 갈라 꺼낸 내장을 양 손에 들고 웃으며 알몸으로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이 작가에게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써내려간 이야기,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간절한 이야기였을 것입니다. 작가가 환자이자 의사인 자기치유의 글로 읽었습니다.
2017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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