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외동딸인 레이첼은 스물아홉이 다 되도록 단 한번도 온전히 제 것이라고 할만한 독창적인 생각을 입 밖에 내본 적이 없었으니까.
만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그 일을 왜 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택시 운전을 통해 다른 어떤 곳에서도 배울수 없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니, 다른점이 한가지 있습니다. 보통 차로는 단조롭고 고된 일이라는 요소가 없어지는데, 전체적인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건 그거거든요. 극도의 피로감과 지루함, 정신을 멍하게 만드는 단조로움. 그러다가 뜬금없이 문득 느끼게 되는 일말의 해방감과 잠깐 동안의 진정하고 절대적인 희열. 하지만 그 순간을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하지요. 고통이 없으면 희열도 없는 법이니까요.
톰은 자신의 직업을 경멸하면 경멸할수록 더욱더 고집스럽게 자신의 타성을 변호하면서 자꾸만 더 타성에 젖어 들어가는 자신을 더더욱 경멸했다.
어떤사람이든 자신의 주위로 신비한 분위기를 조성할수 있다면 그는 대중을 다루는 데서 항상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는 법이다.
우리는 사람이 그처럼 진실한 참회의 모습을 보면 고통스러운 순례 여행에 연민의 정을 느끼고 마음을 누그러뜨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난날의 고통이 너무도 끔찍했던 까닭에 그에 대한 학생들의 증오심 또한 자비를 베풀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던 것이다.
나는 내가 그를 얼마나 형편없이 과소평가했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성격이 비꼬인 남자, 빙퉁그러진 악당으로 자라났을수도 있지만 그의 일부는 공습으로 불타 버린 유럽의 도시에서 고아들을 구해내는일에 마음을 쏟았던 열 살짜리 아이로 남아있었다. 그가 저지른 온갖 신랄하고 불경스러운 행위에도 불구하고, 사악하고 거짓된 온갖 죄에도 불구하고, 그는 실존의 호텔이라는 원칙에 대한 믿음을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
드라이어가 그런꼴을 당해도 싸지 않는것은 아니었지만 내 입에서 그런말이 흘러 나오기 전까지 나는 내가 그처럼 상스럽고 그처럼 험악해질수 있는지 몰랐다.
드라이어가 해리에게서 훔쳐 내려고 했던 바로 그것들을 거절하는 루퍼스 스프레이그
해리는 그 둘 모두를 사랑했고 그들 하나하나에게 똑같이 그 스스로도 어찌할수 없는 열의와 무조건적인 애착을 보였다.
어떻게 한 남자를 그처럼 철저히 잘못 판단하는 동시에 다른 남자의 참모습을 그처럼 정확히 꿰뜷어 볼수 있었을까?
모두 제 잘못이었어요. 그런일이 벌어지리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혼자 힘으로 일어서기엔 전 너무 약했고 맞서 싸우기에는 너무 소심했어요. 그건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낫다고 생각할 때 벌어지는 그런 일이죠.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얼마 안가서 곧 자신의 삶을 더 이상 갖지 못하게 되는.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도 못하지만 망가지고 마는 거예요.
우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해서는 안되요. 그 다른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저흰 공통점이 너무도 많아요. 마치 자매같고 마음도 서로 아주 잘 통해요. 그래서 언제나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알고 있죠. 그여자를 한번 보기만 하면 제속으로 들어와 있는 거예요. 낸시는 그걸 불가사의한 유대라고 하지만 저는 단지 그걸 순수하고 단순한 사랑이라고만 불러요. 진정한 관계라고.
왜냐하면 그건 우리일이 아니기 때문이요. 그게 이유요..
낸시는 내딸이고
그리고 로리는 내조카다. 그게 어쨌다는 거요? 그 둘은 우리에게 속해 있지 않소. 다만 우리와 함께 살고 있을 뿐이지.
우리가 서로 생판 처음보는 사이라는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누구든 자기가 곧 죽게 될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들어주려는 사람이 누구든 간에 이야기를 하는 법이니까.
그렇게 죽음을 면할수 없는 운명이 스치고 지나간데서 무엇이라도 배운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목숨이 아주 좁은 의미에서는, 더 이상 내 목숨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제부터는 내 허파를 채우는 모든 숨결이 변덕스러운 신의 선물이라는 것, 한번 한번의 심장박동이 제멋대로인 신의 은총을 통해서 내게 부여되리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그 무시무시하고 끈질긴 불길이 나를 갈가리 잡아 찢는 동안에 겪었던 통증을 떠올리기만 하면 되었다.
내 아이디어는 이런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실과 기록이 사라지기 전에 건져내서 그것을 영속하는 이야기. 삶의 이야기로 구체화하기 위해 잊힌 사람들에 대한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를 설립하는 것.
그들은 고인이 세상을 뜬지 여섯달이나 1년뒤에 나를 찾아올 것이다. 그들은 사랑했던 사람을 되살리고 싶어 할 것이다. 그들은 남은 평생동안 지니고 갈 책을 갖게 될것이다. 우리모두가 죽은 뒤까지도 남을 책을. 우리는 책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절대로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