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요즘 개봉한 영화로 인해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김진명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이번에 출간된 작품은 훈민정음 탄생 비화를 담아낸 <세종의 나라>입니다. 소설은 명나라의 거대한 그늘 아래 신음하는 조선에서 시작해 세종이 자신의 안위가 아낸 백성의 미래를 위한 승부수를 던지는 과정을 담은 내용이라고 해서 더욱 기대가 됩니다.
1권의 이야기는 안동의 가난한 선비 권중언의 집입니다. 그에게는 빼어난 미모를 지니고 시화와 서예에까지 능해 총명한 딸 숙현을 앞세워 집안의 운을 바꾸고자 합니다. 명문으로 꼽히는 파평 윤씨와 전주 하씨 자제들이 천년 고도 경주를 유람차 찾을 때 첨성대와 석굴암 등 고적을 보여주고 당대의 천하절색 숙현을 소개해 혼인에 이르게 하기 위함입니다. 포석정에 모인 우리 경주 시회에서 단 한 줄로 수백 문장을 압도한 숙현에게 마음을 뺏긴 윤교찬과 하영빈, 그리고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연잎 우의를 씌워준 이름모를 선비.
그날, 우의를 처음 입었던 날 이후로 숙현의 마음속에 조용히 자리 잡은 분은 한석리였습니다. 숙현은 한석리를 통해 낡은 책 속에만 갇힌 지식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진짜 세상을 배우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시대는 이들의 행복을 허락하지 않았고 심지어 숙현에게 청혼하려고 온갖 선물을 보내던 사대부 양반들은 혼사가 틀어지자 추악한 짓을 벌이며 그녀를 명나라 공녀로 보낼 생각을 하는데 명나라 환관의 횡포와 조선을 뒤흔든 금혼령이라는 벽앞에 두 사람은 조국과 서로를 지키기 위해 각자 원치 않은 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세종과 석리의 만남
석리는 본시 무과에 급제한 후 내금위 소속 겸사복으로 양녕대군을 시위하였으나 그가 폐위당하고 나자 의금부에서 몸을 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세종은 장영실과 함께 비밀리에 소리를 연구하는데 한석리는 세종의 명을 받고 죽은 스승 윤의겸의 흔적을 쫓으며 반화요설이라는 금서를 찾아야 하는데 낡은 책 속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고 스승의 죽음이 '반화요설'과 맞물린다는 사실을 알아간다. 문자 창제가 단순한 발명이 아니라 잃어버린 소리를 되찾는 행위라는 설정이 여기서 힘을 얻고 명나라 환관 강백창은 조선을 압박하며 금혼령을 내리며 행패를 부리고 조정의 숨통을 조인다. 바깥의 위협이 안쪽의 균열과 맞물려 긴장이 커진다.
석리는 윤 사부를 믿고 싶었고 윤 사부를 사랑한 임금을 믿고 싶었다. 그들은 혹 자신과 장영실이 만물을 관찰했듯 글자의 또 다른 세계에 눈을 뜨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쏴아 소리를 내며 불어온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종루에 달린 풍경을 요란하게 흔들어대
자 조금 전까지 잠들어 있던 세상이 아주 조금, 미세하게 깨어나는 듯했다.---p.284
조선의 학자들이 글을 열심히는 읽으나 명의 경의 가져다 읽고 따르려고만 할 뿐 자신에 대한 공부가 없어 나라가 생동하지 못하는 것,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삶에 어떠한 애환이 있고 고통이 있는지에 대한 고려는 없으니 양반은 스스로 뽐내기만 하고 백성은 죽은 것과 다름없음을 윤 사부의 죽음을 알기 위해 황찬을 찾아가게 되고 글자의 정통성, 조선에서 가장 무서운 힘은 왕권도 재산도 칼도 아닌 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2권에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