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류북
  •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 이랑
  • 16,020원 (10%890)
  • 2026-03-12
  • : 47,420





출판사 제공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장 가깝고도 관계가 주는 복잡 미묘한 사이는 엄마와 딸입니다. 서로에게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느끼면서도 갈등과 상처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제목이 독특한 책, 일본과 대만에서 선출간된 이랑 작가의 걸작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세상에 온 것이 힘에 부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사랑 때문에 가슴 찢어진 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가족에세이로 기대가 됩니다.

 

 

랑의 부모는 어린나이에 결혼해 무방비 상태로 3남매를 낳았고 어른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면서 자랐지만 막상 어른들에게는 적절한 보호와 도움을 받지 못한 상황과 여러 가지 이유로 18세의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고시원에 들어갑니다.

 

 

언니와 랑은 서로를 혈연이 아닌 ‘피해생존자 동지’로서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어린 이랑은 엄마를 너무나 사랑해서, 엄마 옆에 붙어 앉아 책 읽고 노래를 부르며 사랑을 갈구하고 언니 역시 가족을 끝끝내 놓지 못하고 돌보느라 자신을 전부 소진하는데...

 



 

“2021년, 언니가 죽었다.

삶에 지친 언니는 모든 에너지를 쏟고 소진사消盡死하였다.

언니의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은 밤새 춤을 추었다.

나는 미친년이다, 그리고 우리 언니와 엄마는 더 미쳤다.”

 

 

2021년 12월 이랑의 언니 이슬은 스스로 생을 마쳤습니다. 그것은 랑이에게는 단순한 죽음이 아니었고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다 기력을 다한 소진사消盡死 였습니다. 언니의 죽음 앞에서 이랑은 4년에 걸쳐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삼켜야 했던 눈물과 말하지 못한 수많은 말들을 써내려 갑니다.

 

 

 

육아에 도움이 되지 않은 폭력적인 남편과 두 딸에게 감정 쓰레기통으로 비춰진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가부장제와 남아선호사상에 물든 정식 결혼과 혈연으로 3대가 단단하게 뭉친 대가족 집안에서 태어난 엄마 김경형의 ‘미친년 인생’은 엄마 만의 탓은 아닙니다. 엄마 탓은 아니지만 엄마가 미친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잔혹한 굴레 속에서 이랑 또한 미친년으로 자라게 됩니다. 그나마 나는 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낼 수 있는 미친년이라 다행이라고 하지만 나뿐 아니라 엄마의 미친년 역사도 무척 소중하기에 이 책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평소 기록에 집착해와 10대 때부터 지금까지의 써온 일기장과 노트는 가족의 역사가 됩니다.

 

‘이룰 것은 이루되, 욕망하지는 말자.’ ---P.145

 

 

어떤 여자들은 왜 대를 이어 미친년으로 자라나는 걸까? 어쩌면 미칠 수밖에 없는 게 아니었을까?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 대를 이을 장손을 찾아 양손을 들이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차별 등 많은 사람이 가족 안에서 상처와 차별을 받지만, 그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 채 이 땅의 딸들은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상처는 곪고, 커지며 대물림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랑은 자신의 뿌리와 역사를 똑바로 살피고, 드러내기로 합니다.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그 역사가 자신 안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기 위해서.

 

나는 죽음을 자주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자주 말하다보니 어느샌가 죽음에 끌렸고, 죽음을 무서워하는 마음이 없어졌고, 죽음을 귀여워하게 됐다. 죽음을 상징하는 이야기와 이미지로 내 주변을 채웠고,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창작자들과 가깝게 지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며 불안해했다. 그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p.173

 

 

육아에 도움이 되지 않은 폭력적인 남편과 두 딸에게 감정 쓰레기통으로 비춰진 어머니의 마음은 가부장제와 남아선호사상에 물든 정식 결혼과 혈연으로 3대가 단단하게 뭉친 대가족 집안에서 태어난 엄마 김경형의 ‘미친년 인생’은 엄마 탓이 아닙니다. 엄마 탓은 아니지만 엄마가 미친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잔혹한 굴레 속에서 나 또한 미친년으로 자라게 됩니다. 그나마 나는 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낼 수 있는 미친년이라 다행이라고 하지만 나뿐 아니라 엄마의 미친년 역사도 무척 소중하기에 이 책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엄마의 트라우마가 자식에게 이어지지 않도록 엄마와 딸이 서로 갈등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재구성하는 기회가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