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명과 죽음의 문제를 풀어낸 말테의 수기
을유세계문학 전집 144번째는 『말테의 수기』입니다. 이 작품은 서정시를 한 차원 더 높이 끌어올렸다고 평가를 받으며 근현대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최고 시인 가운데 한 명인 릴케의 반자전적 소설입니다. 상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시적인 문제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저자의 깊은 성찰이 담겨 있으며, 대도시에서 보이는 비인간성과 죽음의 일상화, 고독, 신에 대한 믿음 등 다채로운 주제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탄생 150주년에 빛나는 대문호 릴케의 자전적 소설
강렬한 이미지와 몽타주 기법으로 드러내는 삶의 이면
나는 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내 안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와 여느 때 같으면 멈추었던 곳에 이르러서도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나는 전에는 몰랐던 내면을 갖고 있다. 이제는 모든 것이 그곳을 향해 간다.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나도 모른다. ---p.10
오늘날에도 그렇게 잘 마무리된 죽음을 마련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없다. 죽음을 섬세하게 치를 만한 역량이 되는 부자들조차도 이제는 무관심, 무신경해지기 시작했다. 자기만의 죽음을 갖겠다는 소망은 이제는 점점 더 진귀해지고 있다. 조금만 더 지나면, 그런 죽음은 자기만의 삶만큼이나 드물어질 것이다. 아, 이젠 모든 것이 다 미리 준비되어있다. ---p.13
『말테의 수기』는 릴케가 파리 생활의 절망과 고독을 통해 29살부터 쓰기 시작해 6년 뒤인 1910년 출간한 일기체 소설입니다. 덴마크 출신의 말테 라우리치 브리게라는 28살 청년, 몸이 아파 자선병원을 찾았다가 무수히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본주의 도시가 소비를 위한 상품과 용역뿐 아니라 죽음을 눈으로 보고 써 내려간 이 작품은 훌륭한 소설인 동시에 시인으로 성장해 가는 릴케의 내면을 반영한 고백서이기도 합니다. 글은 전체적으로 “여전히 버티고 있다”, “두려움을 이기려고 뭔가 했다.” “나는 두렵다” 등 불안한 감정을 독자에게 주면서 인간이 태생적으로 느끼는 불안을 대도시 파리에서 말테가 느끼는 불안에 접목시켜 공감을 얻어냅니다. “그래, 그럴 수 있다.”라는 문장이 일곱 번 반복 (p.28) 되면서 독자를 안심시키기도 합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파리의 도시에 대해 릴케는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여기로 몰려드는데 나는 오히려 죽으러 오는 것처럼 보인다”, “좁은 거리의 곳곳에서 냄새가 났다. 감자튀김의 기름 냄새, 불안의 냄새였다”고 묘사했습니다. 파리 도시의 외형은 가장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게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외상 환자들에게 바르는 약품인 요오드포롬과 하층민의 음식을 대표하는 감자튀김 냄새가 가득합니다, 이는 곧 생명의 불안함, 존재가 결핍된 사회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생명과 죽음은 모두 참으로 소중하고 당당한 것인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생명을 너무 경시하는 경향이 없지않아 있었습니다.
저자는 말테의 수기를 통해 생명과 죽음, 존재의 깊이와 소중함을 발견함과 동시에 생명과 죽음의 의미를 릴케 탄생 150주년이 되는 해에 이 작품 <말테의 수기>를 통해 새롭게 고찰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