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서재> 생각을 나누는 느슨한 속삭임
-도서 <마음의 서재> 서평 / 리뷰-

저자 : 정여울
분야 : 인문
출판사 : 천년의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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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연신 마음이 느슨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난 3년 간 인정과 합격만을 위해 바쁘게 달려온 제 모든 정신이 마치 봄날에 녹는 앙꼬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책은 예상과는 달리 작았고 또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책의 한 챕터를 읽은 순간부터, 부러 이 책을 천천히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론 공감과 교감으로, 저를 울리고 미소짓게 만드는 이 책이야말로, 지금 제가 갖고 있는 마음 속 난해한 문제를 풀 수 있게끔 도와주는 가장 편안한 멘토처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긴 오늘, 저는 ‘역시 내긴 책만큼 힐링이 되는 건 없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답니다. 아주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니, 저 스스로도 참 반갑고 신기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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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참 다양한 주제와 함께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누구나 알 법한 동화뿐만 아니라 영화, 고전 소설, 신화, tv드라마, 코미디 방송에 이르기까지 보통의 독자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화젯거리를 이용해 독자들과의 편안한 소통을 유지하기도 하는 데요. 그 느낌이 마치 타고난 이야기꾼을 앞에 둔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기분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이어지는 다양한 주제는 사랑과 삶, 그리고 현재에 대한 각성으로부터 아픔과 세상, 마음을 여는 법에 이르기까지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는 내면의 반성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세상에 하나쯤은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돌봐주고 치유해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듯한, 아주 따뜻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저자의 문체가 아주 솔직담백하면서도 친절했습니다. 지식 대신 경험을 말하고, 강요가 아닌 설득과 제안을 이루는 저자의 문체는 그의 노련한 문장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던 아주 좋은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간간이 나오는 명화들을 감상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저자의 설명을 읽다가 간간이 나오는 명화들을 살펴 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과 명화관의 관계를 생각하며 저절로 상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렇듯 이 책의 소소한 부분들 역시 이 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하나하나의 묘미처럼 다가와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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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에는 좋은 주제들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제 마음을 움직였던 주제가 둘 있었습니다. 먼저 그중 하나는, ‘결점조차 아름다운 사람의 매력’이란 주제였습니다. 저자는 어릴 적 가끔 이런 상상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본인의 단점을 모두 빼버리고, 장점만을 알뜰히 모아놓는다면, 훨씬 더 멋진 사람이 되어 있진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어쩌면 이런 상상은 어쩌면 저자 뿐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했을 법한 상상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듯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말귀 뒤에, 이러한 상상이 실제로는 과연 얼마나 위험한 상상이었는가를 덧붙입니다. 단점을 제거하고 장점만을 남겨놓는 것. 저자는 그것이말로 과시와 동시에 열등감과 같은 사람들의 병든 내면 속 결핍을 만드는 가장 안 좋은 현대 사회의 단면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함께 저자는, 결점을 우아하게 숨기는 법이 아니라 결점조차도 스스럼없이 터놓을 수 있는 용기를 배우는 것이 ‘결점조차 아름다운 사람의 매력’이라 설명합니다. 아마도 저자의 문체, 그리고 이 글을 쓴 의도와 제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주제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두 번째는 ‘마음 속 셀프 아카데미를 열어라’ 란 주제입니다. 저자는 이 주제를 통해 인문학, 또는 교양의 진정한 역할이 과연 무엇인지에 관해 설명합니다. 그와 함께 지금의 현대인들이 교양을 배우는 목적을 교양 자체로부터 자연스레 샘솟는 기쁨을 느끼기보다는, ‘교양 없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입니다. 흑..정말이지 바늘로 내면 속 결점을 콕 찌르는 것 같은 문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타인의 시선에 봉사하는 교양은 너무 고통스러운 법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위해서가 아닌, 자기 내부의 기쁨으로부터 시작되는 교양이야말로 ‘진정한 교양’ 임을 다시 한 번 깨우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주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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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울리는 수많은 주제들이 있었지만, 결국 이 책의 주제들이 지향하는 건 바로 '용기를 잃지 않는 삶' 에 닿아 있었습니다. 본인의 결점과 콤플렉스를 말할 수 있는 용기, 타인을 향한 사랑의 열정을 언제든지 유지할 수 있는 용기, 아프면 아프다 말할 수 있는 용기, 성공을 위해 버려둔 자신의 인생을 한번 쯤 돌아볼 수 있는 용기, 그 어떤 책임도, 권리도 남에게 위임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 애도의 불가능성을 느끼며 실패한 애도를 행할 수 있는 용기, 수상한 사람을 신고하라고 가르치기에 앞서 아파하는 타인의 신음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는 용기, 단지 책임감의 경계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창의 크기를 바라볼 줄 있는 용기, 조금이라도 나의 상처가 아닌 세상의 상처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용기, 대단한 삶을 두고도 평범한 삶으로 기꺼이 돌아올 수 있는 용기, '난 너를 사랑해. 그러니까 내 말을 들어줘'라는 말 대신에, '그런 너이기 때문에 사랑한단다'고 기꺼이 말할 수 있는 용기..이렇듯 어쩌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마음의 서재' 속에 숨겨진 '내면 속 용기'를 돌아보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이 책은 지금의 제게 '용기'라는 감동과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아직 한참 더 멀었다고 생각하던 때, 이 책을 읽고 나서, 전 아주 오랜만에 지금의 저를 돌아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가야할 길 -아무리 봐도 끝이 없는 창작과 고뇌의 길-이 아닌, 지금껏 제가 걸어온 길 역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숨어들고 있는 저의 자신감과 열정을 다시금 떠올리고 꺼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참 남겨져 있는 지금의 저의 미래를 위해, 과연 어떤 결정과 노력을 해야 하는 가를 깊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인문학적 교감이라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 :) 이번엔 그래도 간단명료하게 쓰고 싶었는데, 또다시 장황하기만 한 리뷰가 되어버렸습니다. 흑.. 죄송합니다. 다음번엔 훨씬 더 좋은 리뷰를 보여드리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