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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랑난낭
  • 아귀
  • 앤디 로트먼
  • 16,200원 (10%900)
  • 2024-01-17
  • : 158

타인의 고통에 내성이 생기면 타인의 고통을 보거나 느끼지 못하게 되어 더 이상 슬퍼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머튼이 상기시키는 것처럼 이러한 유형의 부정은 자신의 고통만 악화시킬 뿐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안주하는 삶을 뒤흔들어 떨쳐내고 새로운 깨우침과 새로운 통찰을 이끌어 내는 염리심과 같은 경험일지도 모른다.
-본문 중에서




예상외로 은근 어려웠던 책 그래서 더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저자가 아귀 자체와 아귀가 되는 원인인 업보, 맛짜랴(해악, 간탐)에 대해 여러 배경지식을 통해 세세히 분석했으며, 직접 번역한 초기 불교 문헌 백연경의 다섯 번째 모음집인 ‘아귀들’이 실려져 있다. 다양한 아귀의 모습을 담은 불교 예술을 보는 재미도 있다.


아귀는 업보로 인해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게 태어났고,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거부감을 일으켜 아귀라는 존재는 실제적으로도 비유적으로도 외면받는다. 그런 끔찍한 아귀를 구원하는 것은 진리의 말씀이고 보시(베풂)이다. 사랑과 빛이 고통으로서의 유일한 해방이다.




저자는 타인의 고통을 말하는 것이었지만 여기서 나아가, 아귀를 표면적인 문구 그대로가 아닌, 상징적인 존재로서 내 안의 끝없는 결핍, 고통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면 단편적인 의미를 넘어선 다른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랑을 통한 구원의 첫 시작은 아귀의 존재, 즉 고통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백연경에 쓰인 그대로, 애초에 고통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간탐을 기르지 않고 늘 경계할 것. 책에선 특별한 악인만 아귀로 환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모두, 심지어 수행자도 흔히 ‘인색하고 시기하고 악의를 품고 잘못된 길을 올바르다고 착각하는…’ 등 아귀가 될 만한 해악을 가지고 또 기르고 있다고 말한다.

나쁜 짓 하지 말라는 것이 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모든 성인의 가르침이 그렇듯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목건련이여, 절대적으로 악한 행동의 결과는 절대적으로 악하고, 절대적으로 청정한 행동의 결과는 절대적으로 청정하며, 이 두 가지가 혼재된 행동의 결과는 혼재되어 있다.
그러므로 목건련이여, 그대는 절대적으로 악한 행위와 혼재된 행위를 모두 멀리하고 절대적으로 청정한 행위만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목건련이여, 그대가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본문 중에서




평소 불경을 읽고 말씀이 설해진 배경에 대해 알아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를 통해 가르침을 얻는 것과 별개로 불교의 신화적인 요소와 업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궁금할 때가 많았다.
이 책을 통해 이를 저자와 함께 깊이 있게 탐구하며 철학적으로 사유해 볼 시간을 가지게 되어 좋았다. 내가 물을 참방거릴때 저자가 날 붙잡고 저 깊이까지 잠수시켜주었다. ㅋㅋㅋㅋ

불교의 신화적인 모습을 신비롭게 꾸며내거나 혹은 거부하지 않고, 그 속의 사상을 있는 그대로 풀어내어 불교도가 아닌 이들에게도 가치 있게 와닿을만한 귀중한 책이라 생각된다. 불교에 관심이 많고 업보에 대해 궁금한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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