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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기침을 하자, 머리가 흔들렸다. 목에 자글자글 주름살이 잡혔다. 어머니의 목은 짧고 굵직했다. 그 목도 한때는 아름다웠을 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 언젠가는.
 내가 세상에 태어난 후로 어머니의 젖가슴은 탄력 없이 처지고, 내가 세상에 태어난 후로 어머니의 다리는 성치 않고, 내가 세상에 태어난 후로 어머니는 뱃살이 늘어지고, 내가 세상에 태어난 후로 어머니는 치질 때문에 화장실에서 고통스럽게 끙끙거린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후로, 어머니는 나더러 키워준 걸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한 손의 손톱으로 다른손의 손톱을 할퀸다. 어머니의 손가락은 투박하고 거칠게 갈라졌다.  
그 손가락은 오로지 돈을 셀 때만 거미줄을 치는 거미처럼 매끄럽고 유연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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