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kidordin님의 서재
  • 프랑켄슈타인 (무선)
  • 메리 셸리
  • 9,900원 (10%550)
  • 2012-06-18
  • : 16,210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 이름만 많이 들었지, '프랑켄슈타인'에 대해 내가 몰랐던 것들.1. 1800년 대에 쓰인 고전이다.2. 작가가 여성이다.3.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조한 존재(괴물)는 말을 할 수 있다.4. 엄청 슬프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이미지로만 익숙한'프랑켄슈타인'(이 만든 존재)이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은 소설이었다는 사실도, 내가 대충 알던 사실이었다. 리베카 솔닛의 너무나 멋진 책 '멀고도 가까운'을 통해 이제야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를 알게 되었고, 그녀를 알게되니 '프랑켄슈타인'을 몹시도 읽고싶었다.

프랑켄슈타인을 쓰기까지, 19살 메리 셸리의 인생은 이러했다.
 메리 셸리의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은 급진 정치 사상가였고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최초의 여성주의 이론서를 쓴 작가였다. 메리 셸리의 어머니는 그녀를 낳은 직후 산욕열로 인해 사망했다. 몇년 후 윌리엄 고드윈은 재혼을 하는데, 메리와 그녀의 아버지의 사이를 질투한 새엄마는 메리를 교육시키지도 않았다고....! 메리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수많은 책을 읽으며 독학한다. 17살의 메리는 미남 시인 퍼시 비시 셸리와 사랑에 빠지는데, 이 사랑 또한 그녀를 지독한 고독으로 빠뜨린다. 퍼시 비시 셸리는 당시 결혼생활에 환멸을 느끼는 유부남(자유 연애를 지향하는) 이었고, 메리는 그럼에도 그와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다. (새엄마의 딸 (제인)을 대동하고..)이로인해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외면당하고 8년간 지독한 가난 속에서 유랑하며 산다. (엘르 패닝이 메리 셸리로 연기한 영화 '메리 셸리'를 보면 이 퍼시라는 인간은 제인과도 분방한 연애를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아...모든 걸 버리고 그를 선택했는데 아오...얼마나 속이 문드러졌을까...) 게다가 메리의 첫딸이 태어난지 11일 만에 사망한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벅찬 고통이었을까 상상조차 힘든데 머지않아 메리의 언니(메리의 생모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윌리엄 고드윈과의 결혼 전에 낳은 아이)가 자살하고, 남편이라는 인간 퍼시 비시 셸리의 전처 해리엇 셸리 또한 자살한다. 여기까지의 인생이 메리 셸리가 20살도 되지 않은 19살 남짓까지의 인생이다.  그리고 어느 날, 제네바에서 메리는 시인들과 의사가 모인 친교자리에서 각자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한편씩 쓰자는 약속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그녀, 메리 만이 이야기를 쓰고 완성한다. 그것이 '프랑켄슈타인'이다.
(-문학동네 프랑켄슈타인 해설을 참고하여 썼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걸작을 쓰고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으련만, 그 후에도 메리 셸리의 인생은 고난으로 점철 된다. 그녀의 아들이 죽고 마는데, 그 후에 그녀는 심한 우울증을 겪는다. 남편 퍼시 셸리는 여러 여자들과 관계를 맺으며 메리를 심란하게 했으며, 그도 머지않아 익사한다. 남편의 죽음 후에 메리는 많은 이들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독신으로 살았다고.
 자꾸 작가 메리 셸리의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이 소설에서 그녀의 인생이 너무나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서 나의 이야기를 보기 때문이다.
 나는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존재(이름도 없다니, 슬프다.)가 말을 할 수 있는 줄 몰랐다. 나는 그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언젠가 얼핏 영화나 만화에서 본 이미지로만 그를 생각하고 있었다. 초록색 피부에, 관자놀이에 큰 나사를 박고 있는, 덩치큰 괴물로만 생각했다. 소설이 3분의 1이 지난 즈음, 그 존재가 빅토르 앞에 나타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소연 하는 장면에서 나는 눈물을 줄줄 흘렀다.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이 이야기 좀 들어보라고. 맞다.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우리의 가슴은 바짝 타들어 바스라지거나, 눈물이 가득가득 차서 뻥 터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 존재는 친절과 애정을 위하여 심지어 언어를 습득한다. 외국어를 익히는 것이 아니다. 언어 자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존재가 그것을 습득하는 것이다. 단지 따뜻한 관심과, 우정을 위해서. 외롭고 싶지 않아서. 받아들여지고 싶어서. 혼자라는 것은,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은, 내가 나 자체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은 고통스럽다. 세상에 아무도 없는 것이다. 심지어 그를 창조한 자, 아버지나 마찬가지인 자 조차도 그를 혐오한다.  
 이 책을 지배하는 정서는 외로움이다. 고독을 혼자 있는 시간이라 하고, 외로움을 원하지 않는 고독이라고 한다면 온갖 외로움이 여기에 있다. 그로인해 슬픔도 분노도 공포도 생겨난다.
 얼마전 읽은 리베카 솔닛의 에세이 중 한 글귀가 떠올랐다.
'(...)침묵은 말해지지 않은 것, 말할 수 없는 것, 억압된 것, 지워진 것, 들리지 않는 것으로 이루어진 바다다. 그 바다는 말하도록 허락된 사람, 말해질 수 있는 것, 들어주는 사람으로 이루어진 섬들을 에워싸고 있다. 침묵은 여러 이유에서 여러 방식으로 일어난다. 우리는 누구나 말하지 않은 말로 이루어진 자신만의 바다를 갖고 있다.-리베카 솔닛 '침묵의 짧은 역사' 中'침묵속에 침잠한 시간들이 있었다. 그 시간 또한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지만, 나는 그 시간이 문득문득 무섭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무서운 시간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마주해보니,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고 매우, 아주 슬픈 거다.내가 그렇게 외로웠구나. 네가 그렇게 상처받았구나. 마음이 너무 쓰린 거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를 갈망한다. 절절하게 말한다. 불완전한 인간이 만드는 불완전한 이야기는 어느덧 영혼을 갖게 되고, 사랑할 것을 찾아 헤맨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나도 쓰고 싶다고 간절히 생각했다.




(...)사랑하는 것이 남아 있는 한 두려움의 여지도 항상 남아있기 마련이다. (...)
-p122
(...)아! 어째서 인간은 짐승보다 훨씬 우월한 감수성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것일까? 그로 인해 훨씬 더 유약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될 뿐인데, 우리의 욕망이 굶주림, 갈증, 그리고 성욕에 국한되었다면, 거의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는 존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바람 한줄기, 우연한 한 마디, 아니면 그 말로 전달되는 풍경 하나하나에 흔들리지 않는가.
-p129
"(...) 오, 프랑켄슈타인,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대하면서 나만 짓밟지는 말란 말이다. 나야말로 당신의 정의, 심지어 당신의 관용과 사랑을 누구보다 받아 마땅한 존재니까. 기억하라, 내가 당신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나는 당신의 아담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타락한 천사가 되어, 잘못도 없이 기쁨을 박탈당하고 당신에게서 쫓겨났다. 어디에서나 축복을 볼 수 있건만, 오로지 나만 돌이킬 수 없이 소외되었다. 나는 자애롭고 선했다. 불행이 나를 악마로 만들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라, 그러면 다시 미덕을 지닌 존재가 될 테니."
-p132
"(...)동정심을 갖고 날 경멸하지 말라.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저버리든 불쌍하게 여기든 하라. 그때는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테니. 그러나 내 말을 들어라. 죄지은 자라 해도, 아무리 잔인한 죄인이라 해도, 인간의 법은 선고를 내리기 전 변론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가.(...) 내 말을 들어달라. 그 다음에,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의지가 있다면, 자기 손으로 만들어낸 작품을 파괴하도록 하라."
-p134
그런데 이제, 온 세상을 앞에 둔 나는 어디로 걸음을 옮겨야 할까?
-p186
"(...)네놈이 나를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인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나 자신의 눈에 저열한 인간으로 만들 수는 없다."
-p194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