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MBC라디오
<행복매거진 6시입니다>의 한 코너 <같이읽어요>를 맡은 지 어언 3개월이 지났다. 낯선 원주 생활에 적응하게 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책이었다. 이 책이 많은 인연들을 이어줬고 공영방송에서 내 목소리로 책을 소개하는 코너까지 맡게
한 것이다.
삶이란 참 알 수 없다.
사실 나름 책을 좋아한다고 큰 소리를 내보지만 SNS나 여러 채널을 통해 접하는 여러 인플루언서들, 책덕후들을
본다면 나는 정말 '그냥 그런 독자'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몽스북출판사에서 이 <읽는 기쁨> 이라는 책의 독자를 뽑는다고 하였을 때 과연 그 감정이 어떨지 궁금해서 지원하게 되었다.
이 책의 부제목은 "내 책꽂이에서 당신 책꽂이로 보내고 싶은 책"이다. 어찌보면 내가 지금 라디오에서 청취자에게 책을 소개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 하지만
나는 전혀 책을 읽지 않았거나 책을 읽어보고 싶은데 어떤 책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망설이는 이들을 주된 대상으로 하니 조금은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읽으며 "나도
참 큰일이다."싶었다. 소개된 책 중에 읽은게 정말
한 편도, 단 한 편도 없는 것이다.ㅠㅠㅠㅠ
내 생활 역시 노모포비아(Nomophobia,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과 공포감에 휩싸이는 현상) 급에
해당하기 때문에 안그래도 바쁘다는 핑계로 확 줄어든 독서량이 더욱 더 줄어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우선 가볍게 읽어봐야지' 싶은 것들을 꼽아서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저장해두었다.
- 니노미야 토모코 <음주가무 연구소>: <노다메 칸타빌레>로 유명한 작가의 음주가로서 겪는 술과 해프닝을 엮은 만화책. 몇
년 간 수술과 재활을 거듭한 뒤 애주가 인생을 탈피했지만 나는 여전히 '마시던 시절'이 그립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말모말모! 말하면 무엇하겠는가, 그냥 읽고 싶어졌다.
- 앤드루 포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작가는 이 책을 두 번 사서
두 권이 된 책이라고 하는데 나 역시 그럴 뻔 했다. 더 심각한 건 나는 내가 책을 샀다는 것 조차
까먹었다는 것....하....정신차리자! 여름에 이사를 마치면 꼭 읽어야겠다.
- 스티븐 킹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나의 최애영화 <소생크 탈출>의 원작이다. 원작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전혀 읽지 않았으니, 이번 기회에
꼭 읽어야지!
몇 해 전 <빨치산의 딸>을 통해 접한 정지아 작가, 읽을 때마다 웃음을 일으키는 김혼비 작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쉽게 읽지 못한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하루에 한 권을 읽는다 해도 시간이 부족할 만큼 읽고 싶어진 책이 많다. 그만큼
이 책의 추천글이 맛깔지다는 뜻이다.
나 역시 이 후기를 쓰며 생각해본다. 내가 소개하는 책 이야기를 들은 청취자들도 "아 이 책
읽어보고싶다"하는 생각을 할까? 누군가의 허전한
손에 핸드폰이 아닌 책 한 권을 들게 만드는 멋진 마법을 갖고 싶다. 마치 이 책처럼!
우리 삶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슬픔과 미묘한 어긋남이 있고 누구의 인생도 심플하지 않다.어쩌면 소설가들은 이 얘기를 쓰려고 소설가라는 직업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P196
가방에 책을 한 권 넣고 다니는 사람은 예사롭지 않다.시시각각 변하는 모바일 정보가 아닌 서사를 넣고 다니기 때문이다. 작은 책은 작은 우주와 맞먹는다.- P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