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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냥의 책장
  • 쓰는 여자, 작희
  • 고은규
  • 15,120원 (10%840)
  • 2024-05-27
  • : 1,658

 현재를 살고 있는 쓰는 여자 – 나, 이은섬은 어느 날 큰아버지의 요청으로 1930년대에 활동했던 소설가 오영락이라는 작가의 기념 사업을 준비하며 작업을 하기 위한 자료를 받는다. 그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미쿠니 주택>과 <량량과 호미>라는 두 편의 자필 원고와 이작희라는 여성이 쓴 64페이지 분량의 일기장, 이 자료들을 읽던 중 작업실에서 미스터리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나와 작업실 동료들은 퇴마사인 ‘미스터’를 찾아간다. 그는 집안에 작희와 중숙이라는 귀신이 있다고 하며 퇴마를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복원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훼손된 일기장의 복원을 약속하며, 대신 주 5일 단위로 99일간 지켜야 하는 아홉 가지 규칙을 제시한다. 그리고 1930년대 작희의 엄마, 중숙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거를 살고 있는 쓰는 여자 – 나, 이작희는 자신처럼 쓰는 여자였던 어머니 김중숙과 ‘돈 될 것’에 집착하는 아버지 이흥규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중숙은 서방의 학문을 배운 신여성으로, 친정아버지인 남형이 옥고를 치르고 죽음에 가까워지자 학업을 포기하고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집안으로 시집간다. 바깥으로 나돌며 가산을 탕진하는 남편 흥규를 대신하여 친정 오라버니의 서포(책방)를 운영하던 중숙과 함께 그녀의 딸 작희는 글을 배우고 읽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넓혀간다. 온갖 시집살이에 시달리며 살림을 이끌던 중숙이 병마 끝에 세상을 떠난 뒤 흥규는 돈을 빌미로 다 늙은 사채업자에게 작희를 시집을 보내려고 한다. 작희는 이를 피해 어머니의 서포에 살며 어머니가 못 다 이룬 쓰는 여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며 작가 오영락을 비롯한 많은 문인들을 만나게 된다…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일까?


아버지 흥규, 고모부, 오영락… 작희와 가장 가까워야 하는 남성들은 모두 그녀에게 적대적이다. 자신이 겪었던 부당함에 목소리를 높일수록 세상은 그녀에게 더 잔혹하기만 하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지금에 이르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작희가 있었기에 내가 지금의 자유로운 삶, “자기 밥은 지가 알아서 해 먹는거지!”라고 외치며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또한 이 책을 읽고 난 나만의 감상을 “쓰는 여유”까지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생물과 같은 글쓰기의 욕망’(가제본 145쪽)은 현재를 살아가는 은섬과 경은, 윤희, 안나 등 수많은 쓰는 여자들을 통해 풀어지고 있다. 그리고 저 깊은 곳에 감춰져 있던 작희와 중숙의 삶이 이 쓰는 여자들을 통해 드러나게 될 것이다.


고로, 숨차게 과거와 현재를 오갔던 이 글은 비록 주인공의 삶이 ‘해피’하게 ‘엔딩’되었지 않다 하더라도 100여 년의 시간 뒤에 ‘해피엔딩’ 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쓰는 여자, 작희. 1910년에 태어난 작희의 원래 이름은 말성이었다……- P243
내 어머니 김중숙 씨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을까. 어머니는 이야기를 끝내고 싶었을 텐데. 나는 계속 쓸 것이다.- P61
글이 너에게 뭘 해줄 거라 바라고 글을 쓴 건 아니지 않니? 그냥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행복할 때나 매일같이 쓴다고 하지 않았어? 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사는 거지. 작희야, 그렇게 글에 기대 하는 거다.
- P248
누구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끝을 쓰는 사람만이 작가가 된다는 것.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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