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질문이 삶의 철학으로
이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질문은 “정말 ‘먹는 것’도 철학이 될 수 있나?” 였다. 하지만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다 보니, 밥상 위에서 나올 수 있는 사소한 물음들이 사실은 우리 존재와 세계를 들여다보는 강력한 창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지애 교수는 “오늘은 뭘 먹지?”라는 아주 평범한 질문에서 시작해, 공감 가는 일상의 소재들을 통해 깊은 철학적 사유로 독자를 이끈다. 예컨대 “왜 어떤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질까?”, “입에 좋은 음식과 몸에 좋은 음식은 같을까?” 같은 질문들은 단순히 미각의 상대성이나 쾌락의 한계를 넘어, 플라톤이나 에피쿠로스 같은 철학자의 사고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내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식탐’에 대한 탐구였다. 저자는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를 빌려와 “먹는 즐거움은 좋지만, 절제가 진짜 쾌락”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말이 단순한 도덕적 관리가 아니라 삶의 균형과 자기 성찰에 대한 깊은 통찰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지점이 컸다.
2부에서는 음식이 단순한 개인의 소비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의 문화로 확장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인의 ‘밥심’ 문화, 밥상이 관계를 이어주는 사회적 장이라는 인식은 평소 당연하게 넘기던 가족의 식사 풍경을 새롭게 보게 만든다. 마지막 3부에서는 미래의 음식과 기술에 대한 질문이 등장한다. ‘알약 하나로 삶을 연장할 수 있다면?’ 같은 엉뚱하면서도 심각한 물음은 테크놀로지와 윤리의 접점을 고민하게 한다. 이 장은 단순한 철학 퀴즈가 아니라, 청소년이 앞으로 마주할 선택의 무게를 미리 생각하게 만드는 배려 깊은 안내 같다.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철학자의 식탁” 코너다. 플라톤, 칸트, 사르트르 같은 철학자들이 실제로 어떤 음식을 먹었고, 그 식습관이 그들의 철학에 어떤 의미를 줬는지 알려준다. 이런 에피소드는 딱딱할 수 있는 철학자를 우리와 같은 식탁 위의 사람으로 친근하게 만들어 준다.
한편, 이 책의 언어는 가볍지만 깊다. 청소년을 염두에 두고 쓰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으면서도 사고력을 자극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또한 아소코민 작가의 삽화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와 시각적 흥미도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몇 철학 개념이 너무 빠르게 소개되어서 처음 철학을 접하는 청소년에게는 약간 버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부분은 오히려 ‘멈추고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는 앞으로 밥상에 마주 앉을 때마다 “지금 내가 먹는 이 한입에는 어떤 나는 담겨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될 것 같다. 먹는 행위가 단순한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구성하고, 관계를 쌓고, 세계를 질문하게 만드는 중요한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먹는 것도 철학이 되나요?'는 청소년뿐 아니라, 삶을 조금 더 사유하고 싶어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한 접시의 음식에서 시작된 질문이, 삶과 세계를 향한 깊은 사유로 이어지는 여정을 제안한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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