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가끔 학교에서 뿐 아니라 어른들도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그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많은 것이 무너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은 김치찌개를 읽으면서 그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가, 그리고 얼마나 작은 사람인가 깨닫게 된다. 아이들은 도리어 어른들보다 훨씬 더 용감하고, 힘있게 그렇게 바라던 것이 그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상황을 잘 이겨낸다. 도리어 가치 없던 것을 더 나아지게 만들기도 한다.
바로 이 책 속에서 현우가 그런 아이였다. 현우가 좋아한 지수라는 같은 반 여자아이와 옆 짝꿍이 되기 위해 키대로 줄을 설 때도 순서를 맞추려고 가슴을 들고 목을 쭈욱 뽑는 노력을 한다. 친구 민욱이가 많은 것을 함께 해주는 것도 현우가 좋은 친구이기 때문인 것 같다. 뚱뚱하다고 아이들에게 놀림 받는 다희가 현우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도, 먹을 것을 좋아해서 지수의 심부름을 해주지만 비밀 쪽지를 현우에게 전해주는 성진이도 모두 참 예쁘다고 느껴졌다.
게임기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상받기를 기대한 과학상상화 그림을 잃어버리는 사건을 겪게 되는 주인공 현우에게 그 모든 사건의 범인이 바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건 큰 충격이었을 것 같다. 그런 현우를 도와주기 위해 쪽지를 통해 힌트를 전달해주는 건 누구였을까?(사실 그 쪽지 전달자가 드러나는 게 조금 더 아슬아슬했으면 했는데, 그냥 알려주어서 아쉽기는 했다.)

엄마는 다른 곳에서 대학원 박사과정을 공부하느라 현우에게 신경쓰지도 못하고, 현우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해주지도 못한다. 그런 현우에게 아빠가 다 챙겨주는 건 힘든 일이다. 현우가 힘들 때 김치찌개를 먹고 싶은데 없으니 식빵 위에 푹 익은 김치 조각을 얹어서 먹었다는 것을 보니 저절로 한숨을 내쉬게 된다. 현우의 마음 속 가장 아픈 것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엄마의 김치찌개. 하지만 현우는 엄마가 당장 해줄 수 없는 위로와 맛있는 음식으로의 대체를 조금씩 성장해 나가면서 잘 극복해 나가서 참 멋져 보였다.
엄마도 나름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고, 아빠도 현우도 그 과정을 함께 하는 게 쉽지 않은 걸 보면서 동화 속에서 아이들이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한 번쯤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우가 모든 진실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쪽지를 써 준 친구, 그리고 누군가의 물건을 훔치고,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그림을 베끼고 현우의 그림을 숨겨 버리는 도둑질을 하는 범인인 친구(이름은 비밀!) 벌을 받고 끝나지 않고, 현우가 직접 요리한 맛있는 김치찌개를 나눠먹기까지 한다. 힘든 아빠를 위해 스스로 김치찌개 만드는 법을 배우고, 만들어서 딱 차렸을 때, 범인인 친구가 찾아왔고, 엄마도 집으로 돌아왔다. 현우이게 김치찌개는 참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선생님께서 상장 전해주라고 부탁하셨어. 이거 받아.”
지수가 내민 종이 봉투 속에 현우 이름이 적힌 그리기 상장이 들어 있었다.
“전국대회에서도 네가 상 받으면 좋겠어. 진심이야.”
“엄마한테 말했어?”
“엄마도 선생님과 상담하셨어. 나한테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시고.”
지수의 표정은 며칠 전보다 훨씬 밝고 활기차 보였다.
“점심은 먹었어? 들어와서 같이 밥 먹자.”

이렇게 친구에게 손을 내미는 아이들이 참 멋지다. 자기를 힘들고 어렵게 만들었던 친구를 용서하는 것도 아이들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오늘 나도 김치찌개를 끓여볼까 싶어진다. 책을 덮고 나니 저절로 김치찌개 냄새가 나는 것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