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콩사탕님의 서재
  • 서리꽃 1
  • 조정래
  • 18,000원 (10%↓1,000)
  • 2026-08-24
  • : 4,53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서리꽃을 읽으면서 한참 동안 조정래 작가에 대해 생각했다. 책 소개 글과 작가의 서문 등을 보면서 80세가 넘었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다. 이렇게 작가로서의 끝부분에 있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서글펐다. 어쩌면 작가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같은 역사를 담아낸 대작, 그리고 ‘풀꽃도 꽃이다’, ‘정글만리’ 같은 깊은 소설을 읽고 마음에 많이 담아두었기 때문인가보다.

어떤 작가의 책은 읽는 대로 다 내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조정래 작가의 책 ‘태백산맥’은 나의 인생 책이었다. 몇 번이나 다시 읽을 만큼 말이다. 그런 역사 소설에서 이렇게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지만 큰 틀은 한 커플의 사랑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이 조금 낯설기도 했다.

역시 조정래 작가 특유의 문장과 빠른 전개로 소설은 붙잡고 나서 후다닥 읽고 2편이 궁금한 채로 덮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서평을 쓸 때 2편까지 다 읽고 쓸까 고민했는데, 그러면 분명히 1편만 읽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평을 쓰게 될 것 같아서 1편을 읽고 궁금한 마음이 가득할 때 쓰기로 했다. 그래야 내 서평을 읽고 책을 읽을까 궁금해하는 다른 독자에게 뒷 부분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을 것 같으니까 말이다.



주인공은 이재이라고 하는 유학생이다. 집안이 아주 큰 사업을 해서 넉넉한 탓일까? 재벌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자기는 사업을 같이 할 생각이 없어서 미국 유학을 가서도 경영학 공부를 1년만에 그만두고 철학을 공부한 친구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동아리 시화전에서 자기 시에 그림을 그려준 한 미대생을 오래도록 그리워하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만나게 된다. 그 미대생이 바로 윤소인. 이재이가 한눈에 반하고, 유학기간 동안 수첩에 열심히 이름을 엄청나게 써댈 정도로 마음을 준 친구다.

이재이의 집안과 달리 윤소인의 집안은 아버지가 사업을 하다 재판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지만 이기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한 탓에 윤소인은 빚더미에 시달리고, 미술학원을 하면서 빚만 갚으면서 살다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재이를 만나게 된다.

신기하게도 이재이는 자기가 아버지의 사업에 함께 할 생각은 없지만 그 부를 누릴 생각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형에게 재산을 반씩 분할하는 것 대신 미리 윤소인의 빚을 갚을 수 있는 돈과, 그 어머니가 운영할 대리점, 친구 부부가 운영할 대리점을 받기로 하고, 유산을 많이 포기한다.

이재이의 친구 부부 민태석과 정은하 이렇게 함께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행복한 순간을 맛보는 것 같았는데, 다녀오고 나니 윤소인이 폐암에 걸린 것을 발견하게 된다. 집안에서 돈을 받아 척척 해결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작가의 이런 수준이 다른 집안이 만나 서로 함께 하고, 거기다 암이라는 큰 병에 걸려 돌봄까지 받아야 하는 윤소인이 주인공으로 자리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조금 마음 한쪽이 아파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돈이 없어서 병을 치료하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갑부인 남자친구를 만나서 빚도 다 갚아주고, 암 치료도 받고, 다시 암에 걸리지 않게 지낼만한 곳으로 함께 떠나기까지 한다는 건 사실 현실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이재이가 윤소인의 안타까운 상황을 들었을 때, 분노하며 한 생각 속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본다.

난...... 그것은 1차로 생명을 위협하고, 2차로 생애를 구속한다. 그 막대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철학은 아무런 응답도 대안도 마련하지 못한다. 철학의 무능이고 한계다. 그 해결책은 오로지 하나, 돈이다. 그런 면에서 아버지 어머니 형은 현명한 실력자들이다. 가난은 운전기사를 못 배우게 했고, 윤소인도 꼼짝 못 하게 옭아매고 있었다. 세상의 가난이야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만 윤소인의 가난만은 자신이 꼭 물리치고 싶었다. 아니, 물리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목숨 걸고 물리칠 작정이었다. 그것만이 자신이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큰 바윗덩이처럼 우뚝 서 있었다.

윤소인의 가난은 그렇게 희귀한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다. 그 가난을 물리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문득 소설 속에서 현실이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이처럼 이렇게 물리칠 수 있는 사람이 부러웠으니까 말이다.

조정래의 소설 서리꽃 속에는 이렇게 돈으로도 할 수 없는 것들,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런 것들을 만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1편에서는 딱 그런 경계를 만난 것에서 끝이 났지만 2편에서 어떻게 그 경계를 넘을 것인지, 아니면 그 경계에서 허물어질 것인지가 궁금했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운다는 것이다. 시를 사랑하는 철학도와 화가가 되려는 미술학도의 시처럼 순수하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이렇게 소개된 책을 닫으면서, 슬픈 사랑 이야기를 통해 작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계속 생각해본다. 또 현실과 싸우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 속에서 계속 거슬렸던 빈부의 격차, 삶의 선택, 이런 것들이 다음 편에서는 조금 더 확실히 풀려나갔으면 좋겠다. 그런 기대를 하면서 1편을 덮는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