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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사탕님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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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븐 스타링 그랜트
  • 16,920원 (10%940)
  • 2026-03-06
  • : 2,26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버즈니아주 블랙스버그, 그곳에서 우편배달부로 지낸 주인공의 글이 참 깊고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마케팅 컨설팅 일을 하던 주인공 스티븐은 경영대학에서 소비자 행동론도 가르치는 교수 일도 함께 했었다. 어머니가 미생물학자, 아버지도 같은 학교 교수였다. 그런 스티븐은 전화를 통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렇게 자기 직업을 잃게 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스티븐이 건강보험이 만료되기를 걱정하는 것은 암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집의 대출금과 아이들과 아내가 있는 스티븐에게 실직은 참 커다란 암초였을 것 같다.

주인공은 참 신기하게 고향으로 돌아온 뒤 우편배달부가 되었다. 시간당 18달러 50센트,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만 일하면 된다고 생각한 우편배달부. 스티븐의 생각처럼 우편배달부는 쉽지 않았다. 우편물을 차례차례 분류하고, 그 우편물을 가지고 배당받은 마을에 배송하는 건, 길을 다 외워야만 하고, 제대로 분류한 물건들을 잘 싣고 다닐 수 있는 트럭 등 필요한 게 많았다.

스티븐이 자기가 일하던 연구 단지에 우편배달부로 가게 되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리고 스스로 제대로 배워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다른 지역으로 배당을 받았고 제대로 배달을 끝내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스티븐을 도와주는 동료 덕분에 간신히 배달을 하는 힘든 순간도 있었다.

스티븐의 이야기는 참 자세하고, 하나 하나의 사건마다 느낌과 생각이 참 깊게 느껴졌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연구원이던 어머니가 치매로 일을 할 수 없고 달라지는 모습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딱 멈춰섰다.

테크랩에 우편물을 배달할 때면 그 모든 테스트를 감독하며 수백만명의 식수를 안전하게 지켜온 그 치밀하고 엄격한 여성을 떠올렸다. 그런 일을 해내는 데는 대체 어떤 마음이 필요한지도. 어머니는 늘 두목이었고, 실험실은 그녀의 권좌였다. 만약 그때의 어머니가 지금의 자신을 볼 수 있다면, 위험한 제국의 당당한 여왕이었던 이가 지금의 쪼그라든 자신을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어머니의 빈틈없던 두뇌는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는 당황하고, 방향 감각을 읽고, 절차적 기억마저 흐려졌다. 혈관성 치매에 이 모든 것을 빼앗긴 것이다.

스티븐은 그 처음 배달을 시작한 10번 구역에 자신의 사무실을 가지고 있었다. 상상속의 석유 경영인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자신이 우편배달부가 된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을까 싶었다.

그렇게 살아 있는 중년의 이글스카우트 스티븐이 책상에 앉아, 죽은 이글스카우트 석유 경영인과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여기 우편배달부인 내가 있었다. 나는 알 수 없는 새로운 시간대를 걸어가는 참이었다. 겹겹의 시공간 속에서 기릉ㄹ 잃었지만, 동시에 그 어느때보다도 편안했다.

내가 누구인지, 어느 시점에 와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어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만큼은 정확히 알았다. 나는 밖이었고, 혼자였으며, 고향에 돌아와 있었다.

그러다 휴가를 간 사람을 대신해 3번 구역을 맡았을 때, 복잡한 그 지역에서 제대로 배달을 마칠 수 없는 스티븐은 “나 이거 못하겠어요, 캣”이라고 도와주는 동료에게 소리칠 정도가 되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은 순간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할 때, 그것도 나이가 들어서 시작하면 이렇게 좌절할 때가 많다는 것을 공감하게 된다.

‘시니어 전문가’라고 불렸던 나는 일을 이렇게까지 못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 건 이미 아주 오래전 일이었다. 어쩌면 자만이 지나친 말로 들릴 수 있겠지만, 수십년 간 나는 꽤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더 중요하게는 이렇게 힘든 일에는 익숙지 않았다. 유능함의 단계를 무능함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 즉 내가 얼마나 못하는지 이해할 능력조차 없는 상태부터 전문가의 경지로까지로 나눈다면, 나는 적어도 무능함을 인식하는 단계까지는 도달해 있었다. 내가 우편물 배달을 썩 잘하지 못한다는 불타는 자각의 황야에서 길을 잃은 터였으니 말이다. 이는 도저히 참기 힘든 일이었다.

원래 그 구역을 맡았던 동료는 근무 시간안에 널널하게 배달하고 끝냈는데, 자신은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이 갔다. 게다가 더 높은 수준의 직업을 가졌었던 스티븐이 몸으로 하는 우편배달부를 하게 되면서 정말 좋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우리도 이런 순간이 많지 않았을까? 내가 내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 시작한 일에서 나의 한계를 만나는 일, 제대로 벌어 먹고 살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스티브의 힘든 상황을 보면서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그렇게 많은 순간, 힘든 일 뿐 아니라 누군가를 도와주는 상황, 부모님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할 기회 등 우편배달부 스티븐은 많은 사건과 상황을 겪어나갔다. 다시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게 되기까지 말이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기 전, 건강보험이 필요해서 우편배달을 한 해동안 했다고 생각한 주인공이 발견한 건 궂이 우편배달부가 되지 않아도 건강보험이 가능했다는 사실이었다.


마지막 11번 구역을 돌고, 함께 했던 동료를 만나고 일을 마무리하면서 그만둔다는 말을 하자, 신기하게도 상사는 말해줘서 고맙다고, 내일부터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원하면 아무 때다 다시 돌아와도 좋다고 하는 말도. 많은 순간에 우리는 이런 곳을 만나고 있지 않을까? 내가 필요하지만, 언제든 떠나도 괜찮고, 다시 돌아와도 괜찮은 곳. 스티븐은 다시 우편배달부가 되고자 할 때가 있을까?

마지막 그의 우편배달 일에 대한 생각이 새롭게 느껴졌다. 아마 이런 마음으로 사람들은 나에게 주어질 어떤 물건들, 편지들, 그리고 소포 같은 것을 기다리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사람들은 기다린다.

온 세상이 전적인 필연성과 함게 온다. 지켜진 약속, 깨진 약속, 요리책, 소설, 사용설명서, 멀고도 가까운 과거의 역사들이. 살아있는 병아리들과 살아있는 귀뚜라미들. 20킬로그램짜리 자루에 담긴 과학적으로 배합된 개사료. 사랑하는 이들의 사진, 졸업앨범, 합격과 불합격 통지서. 다른사람들을 위한 기도와 돈이 필요하다는 간청. 생일카드, 크리스마스카드, 연애편지, 투표용지, 신문, 각종 고지서와 통지서.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삶의 모든 것이 충만한 그대로 온다. 그것은 진입로 끝 검정 철제함 속에서 우리가 집어 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에게 우편물은 이런 마음을 전해주는 것이 아닐까 나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잠깐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직업인 우편배달부를 했지만, 그 속에서 참 많은 생각들을 한 작가를 보면서 이렇게 깊은 사고를 하고,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이 부러웠다.

“회사는 나를 버렸지만, 오늘 내가 배달한 혈압약과 개 사료는 이웃의 내일을 지탱한다. 그해, 나는 죽여주는 우편 배달부였다.”

책 소개 문구를 보면서 한참 생각이 멈춰있었다. 나는 뭐라고 나를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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