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대라는 말이 아이들에게는 조금 낯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책을 열어보는 순간 그런 생각이 딱 멈춰버렸다. 고라니를 위해 뭉친 아이들, 정크 푸드를 몰아낸 마사 페인, 월경 해방을 외친 아미카 조지 등 이렇게 한 챕터씩 이야기를 보다 보니 ‘연대’라는 것이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말하는구나 싶었다. 어쩌면 ‘서로 있는 위치와, 하는 일이 조금씩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일에 같은 마음을 가지고 손을 잡는 것’이라는 말이 더 연대에 맞을지도 모르겠다.


동물 보호, 부실 급식, 월경 빈곤, 에너지 빈곤, 학교 폭력, 환경 오염을 이야기할 때 사실 실제 사례가 있지 않으면 그냥 꼭 지켜야 하는 것,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도와줘야 하는 것이라고 형식적으로 이야기할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고라니가 계속 죽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도움을 달라고 환경 단체와 생태 연구원, 고라니 찻길 사고를 연구하는 박사님께 메일을 보냈을 때, 다같이 도와주겠다고 선뜻 아이들 손을 잡아 주었다. 그건 전문가만 하는 일이 아니라, 이렇게 누군가 마음을 열고 이 일에 찬성하고, 움직이겠다는 결심을 한다면 함께 해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때문일 것 같다. 결국 아이들은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필요한 예산을 모으고, 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까지 찾아간다. 참 연대라는 이름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생각엔 아주 좋은 방법인 것 같아. 우리 사회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단다. 지금 우리가 고라니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처럼,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곳곳에서 ‘연대’하고 있어. 우리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도와주실 거야.”
“연대? 그게 뭔데요?”
그때 누군가가 물었어요. 모아도 연대란 말은 처음 들어서 고개를 갸웃했지요.
“쉽게 말해서 같은 마음을 가지고 서로 돕는 거야. 예를 들어볼까?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막혔다고 생각해 보자. 만약 선생님이 혼자 눈을 치우면 엄청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릴 거야. 그런데 너희가 함께 도와준다면 금세 치울 수 있을 거야. 꼭 물건이나 힘을 나누지 않아도 친구의 고민에 공감하면서 위로해 주는 것도 연대의 한 모습이란다.”
어쩌면 함께 무언가를 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공감하고 위로해주고,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는 것만으로도 연대라고 하니 마음이 찡했다. 마사는 학교 급식이 형편없어서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할 때, 아이들 스스로가 정크푸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식 사진을 블로그를 활용해서 알리며 한걸음 나아갔다. 그런데, 블로그를 사용할 수 없게 하고, 급식 사진도 찍지 못하게 하는 의회의 명령은 마사를 좌절하게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사에게 댓글을 달면서 힘을 주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블로그를 강제로 사용할 수 없게 했다는 걸 알리자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움직여주었다. 결국 이런 여론에 지방의회는 손을 들게 되고, 마사가 학교 급식이 건강해지게 하도록 길을 열어주게 되었다.
에너지 빈곤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폐식용유를 모아서 바이오디젤이라는 연료를 만들어내는 것을 해내게 된 카산드라 이야기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가장 아끼는 가구를 부수어서라도 집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을 본 카산드라는 난방 연료가 없는 집에서는 그게 얼마나 큰 일인지 알게 된다. 그런 빈곤을 연대로 맞선 아이들의 이야기에 어르신들의 영정 사진을 직접 찍는 청소년들의 프로젝트 이야기가 나왔다. 청소년들은 봉사단을 만들고, 사진촬영과 메이크업 등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서 모금을 통해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고, 어려운 어르신들의 영정사진, 미혼모 시설 아기들의 돌사진 촬영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냥 몸만 쓰는 봉사가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는 재능과 그것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비용 모금까지 정말 아이들이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마지막 장에 “나 자신과 먼저 연대해요.”라는 말이 오래 생각났다.
연대는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마음에서 출발해요. 인정한다는 것은 상대방도 나와 똑같이 소중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나와는 다른 개성을 가진 존재라는 걸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런데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줄 알아야 해요. (중략) 나의 부족한 점까지 포함해 다양한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사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다른 사람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어요. 연대의 가장 단단한 뿌리는 바로 ‘나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나를 믿고 사랑하는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연대를 스스럼 없이 해나갈 수 있다는 말이 ‘연대’에 대해 아이들이, 청소년이 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더 확실하게 해준다. ‘연대’는 나와 우리 주변을 변화시크는 가장 똑똑하고 강력한 선택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