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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사탕님의 서재
  • [세트] 미추홀, 제물포, 인천 1~2 세트- 전2권
  • 복거일
  • 39,600원 (10%2,200)
  • 2025-06-30
  • : 24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추홀-제물포-인천

복거일 작가의 역사 관련 책에 대해서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읽은 책은 많지 않았다. 물로 씌어진 이름이라는 5편까지 분량도 많은 책에서 이승만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역사책을 쓰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나의 주제를 5편 이상 풀어내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복거일 작가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읽는 모든 독자와 맞지는 않을 것이지만, 어떤 사건에 대해, 혹은 어떤 인물에 대해 똑바로 눈을 마주 대하고 바라보게 하는 것이 책의 좋은 특징이자 어려운 점이 아닐까 싶다.

미추홀-제물포-인천이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어떤 역사를 말하고 싶은걸까 궁금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하면 한반도가 생겨난 시작부터 황해의 귀환이라는 이야기로 최근 2000년대 까지로 끝이 난다. 정확하게 연도가 나와있는 것은 바로 아흔 넷째 이야기인 2014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라고 표시된 이야기이다. 정말 길게 5천년이 넘는 긴 시간의 한반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당연히 주인공이 한 명일 수 없고, 이야기도 사람이 나오는 것도 있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혀 있는 것도 있지만, 때로는 어떤 사건과 물건, 성이나 전쟁 같은 것들만 담겨 있을 때도 있다.


 
 




사실 역사책을 읽는 것도 흥미진진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데, ‘미추홀-제물포-인천’은 큰 줄기는 한반도의 역사지만 단편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나라마다, 지역마다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야기라서 사실 읽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오늘은 삼국시대 이야기까지만, 오늘은 고려 이야기까지만 이렇게 나누어서 읽어도 인물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읽는 것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작가가 이렇게 역사 이야기를 다 풀어내려면 얼마나 공부했어야 하는가 하는 것에 생각이 미치니 도리어 더 고개를 젓게 된다. 조금만 잘못 써도 역사적인 이야기에 대해 얼마나 많이 공격을 하겠는가? 물론 소설이라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큰 배경을 잘못 서술하면 그냥 넘어갈 리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제 우리는 한반도에서 살았던 직립 원인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답할 수 있다.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진화했으므로, 그들은 우리의 직계 조상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직계 또는 방계의 후손들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을 통해서 우리에게 약간의 유전적 자원을 유산으로 남겼고 그런 유산들은 우리의 생존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래서 그들과 우리는 아주 남남은 아니다. 넓은 뜻에서 그들은 우리의 조상이다.

이렇게 한반도의 원주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낙랑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많이 배운 기억이 없는데, 앞부분에서 낙랑이라는 나라가 단단히 한반도 안에서 자라나간 이야기를 보면서 새로웠다.

다음은 열 다섯 번째 나온 한반도의 통일에서 고구려이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와 당이라는 거대한 제국에 맞서 독립을 지켜온 고구려의 최후는 허망했다. 그런 패망의 근본적 원인은, 위에서 살핀 것처럼 ‘국가 권력의 사유화’였다. 연개소문이 국가권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고구려는 풀기 어려운 정치적 문제를 안게 되었다. 그가 죽으면서 그 문제는 빠르게 커져서, 고구려 사회를 분열시키고 허약하게 만들었다.

사실 삼국시대 이야기를 읽으면서 고구려를 좋아하던 나는 고구려 이야기를 많이 보고 싶었지만, 고구려, 백제나 신라 모두 각가 가진 강점들이 부각되기 보다 역사 속에서 어떻게 한 페이지를 이루고 있는가 정도만 나와서 조금 아쉬웠다.

그렇게 흘러가 1편의 마지막에는 일본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는 조선의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되는데, 주먹을 꼭 쥐게 만들었다. 여기서는 다행히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서술보다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더 실감이 나기도 했다. 서른다섯째 이야기 중 셰챵바늘을 읽으면서 화가 났다. 어떻게 몰락해가는 조선의 끝부분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갖은 애를 써야 하는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백성들은 끈질기다. 살아남기 위해서 떡집을 열고, 거기에 KOREAN RICE CAKE라는 영어까지 붙여서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거기에 신기한 셰챵바늘이라는 독일 회사에서 나온 바느질하기 쉬운 바늘 이야기를 할 때, 어떻게 조선에서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지 하나씩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고대부터 을미사변까지의 이야기가 1편, 1888년 안골예배당 이야기부터 2000년대 이야기까지가 2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하나씩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흐름이 쭉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역사적인 중요한 사건들을 하나씩 보는 것만으로도 연결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희안하다.

도리어 1888년부터 1950년 북한의 남침까지 이야기가 거의 30개를 넘어서니 근대의 이야기가 정말 많은 편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 이후도 6.25 전쟁과 정치상황 이야기도 20개가 넘으니, 그 과정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여겨지는지 실감이 났다.

하지만 전쟁이야기를 끊임없이 읽어내려가면서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인물들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어도 전쟁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니까 말이다. 도리어 그 이후 빠른 대한민국의 발전은 굉장히 간단했다. 한일 수교, 함보른 탄광, 대사 가나야마 마사히데, 고속도로, 1988 서울 올리픽, 사할린 교포 모국방문, 북한의 세습 체제, 2014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 황해의 귀환으로 마무리 되는 것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길게 느끼고 있는 지금 시대가 긴 역사 속에서는 한 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순간임을 실감하게 하는 건 아닐까 싶다.

마지막 황해의 이야기에도 떡집이 나와서 신기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올가라는 아이가 큰아버지 영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의 역사를 마무리한다.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장편소설을 꼭 써보라고, 그 때 필요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할아버지의 일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등사에서 함께 고향에 돌아온 푸근함을 느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인구는 감소하고, 경제 발전도 더뎌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앞날을 논하는 것만으로도 우스울까? 하지만 또 그에 맞는 변화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시대가 달라져도, 이렇게 긴 세월 이 땅을 잘 지켜오고, 세월을 버텨낸 조상들이 있었듯이 우리도 그렇게 긴 시간들을 잘 살아가면서 우리 후손들에게 이 땅을 또 전해주지 않을까? 왠지 그런 앞날을 생각만 해도 이렇게 작가가 길게 설명해 온 ‘미추홀-제물포-인천’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미추홀의 비류로부터 제물포를 거쳐 인천까지 이어져 온 대한민국의 역사는 아직도 계속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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