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몸이라는 고유하고도 유일한 우주를 지닌 당신에게
책 앞에 작가의 사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
물론 아플 때도 있고, 몸이 건강한 게 최고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건강하지 못한 편이라 여기저기 병원에 다녀야 할 때도 많고, 내 몸이 왜 이렇게 나약한가 스스로에게 한탄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심지어 크게 아파 본 경험이 있는 나같은 사람 조차도 내 몸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내가 병을 가졌던 그 신체의 한 부분 조차 잘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의사의 자세한 설명에 감탄을 했다. 책 제목도 딱 적당한 것 같다. 몸, 내 안의 우주. 맞다. 몸은 우주이고, 정말 감사하게도 나 자체이기도 하다. 인간의 몸이 이렇게 신비하게 구성된 줄은 수없이 들었지만,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더 그렇게 느껴진다.
작가는 응급의학과 의사이고, 응급실에 근무한다. 자신이 아플 때 조차도 위급하게 응급실을 찾는 환자에게 모든 신경을 쏟아야 하는 의사라는 것이 정말 어렵겠다 싶은 마음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몸이 산소를 흡수하는 과정을 호흡이라고 한다. 산소는 투명하고 무색무취하며 대기 중에 떠다닌다. 인체는 산소를 기체 상태 그대로 뇌와 심장에 넣어 사용할 수 없다. 반드시 액체에 녹인 형태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산소는 물에 쉽게 녹지 않는다. 물을 떠 놓아도 그 안의 산소는 기화되어 나오고 고압으로 쏜다고 해도 거의 용해되지 않는다. 그런데 호흡을 하면 대기 중의 산소를 혈액에 녹일 수 있다. 비록 산소가 혈액에 녹아들고 있다는 사실조차 낯설게 다가올 만큼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게 호흡이지만 말이다.

‘호흡’ 단원에서 이렇게 호흡이라는 것이 산소를 물에 녹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 물 자체가 산소와 수소로 결합되어 있고, 산소가 물에 녹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몸 속에 산소가 들어가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만들었다.

작가는 각 챕터마다 우리 몸의 기관들과 중요한 기능들을 하나씩 설명한다. 그 챕터 속에서는 제일 먼저 작가의 응급실에서의 환자를 치료했던 경험이 독자들을 잡아준다. 그 이야기에 빠지고 나면 신체 기관에 대한 설명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실 그 이야기를 다 한 번에 읽는 것은 쉽지 않지만 어쩌면 두고 두고 가지고 있다가 내가 필요할 때 읽어주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가장 문제가 많은 면역 부분에 대해서 읽을 동안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또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심장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심장 자체만이 아니라 그 심장과 연결된 우리 몸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존재하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모든 세포는 수분을 갈구한다. 그래서 수분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는 혈액과, 혈액을 순환시키기 위한 혈관이 생겨났다. 인체는 37조 개 세포의 집합이다. 우리 몸의 미세 혈관은 액체의 확산 작용으로 37조 개 세포에 영양을 전달한다. 하지만 혈관 속 액체가 같은 자리에 고여있다면 그 주변의 세포에만 액체가 확산되어 모든 세포가 실시간으로 영양분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혈액은 이동해야 한다. 즉 혈액을 흘려보낼 동력원인 심장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혈액, 혈관, 심장이 동시에 탄생했다. 이로써 영원한 순환이 시작됐다.
우리 몸의 37조 개의 세포라는 말에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쳐왔다. 그렇게 많은 세포를 살리기 위해 혈액이 흘러간다는 것도 그랬다.
한국인 사망 원인 가운데 폐렴은 암과 심혈관 질환 다음 순위다. 폐에 염증이 생기면 산소 교환이 원활이 이뤄지지 않는다. 감염까지 동반되면 생체능력은 더 떨어진다.
중요한 부분은 빨간색 글씨로 쓰여져 있는데, 그런 부분은 더 눈길을 주게 된다.
마지막으로 나는 반짝이는 CRRT 기계가 열심히 돌아가는 걸 보았다. 우리 몸의 혈액이 이 커다란 기계를 전부 통과해서 몸 안으로 들어오는 일을 주먹 하나 크기의 신장이 하고 있다니. CRRT는 인간이 우리 몸의 여과기관과 미세혈관을 조금이라도 흉내내보조가, 호르몬의 작용을 조금이라도 채현해내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노력이 최후의 저항이 되어 기적적으로 사람을 살려내고 있다. 새삼 엄청난 양의 혈액을 걸러내면서 에너지 소모도 적고 특별한 세팅을 안 해도 알아서 작동하는 신장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불현 듯 내 양쪽 옆구리를 쓰다듬어 보았다.
이렇게 챕터의 끝에는 작가가 설명했던 기관에 대해 어떤 경험이 있는지, 혹은 어떤 환자를 치료했는지 다시 한 번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어려운 이야기들이 이렇게 응급실 안에서의 경험과 함께 이야기되는 덕분에 읽을 수 있게 해주어서 참 고맙다.
마지막 챕터에서 ‘비가역적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가 처음 언급한 사람은 주방에서 쓰러진 젊은 여성이었는데, 심정지 환자를 받았을 때의 상황을 보면서 문득 두려워졌다.
“삶에서 죽음으로 ‘비가역적으로’ 넘어갔다고 임상의가 판정한 시점이 사망 시작이다.”라는 표현을 보면서, 이렇게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우리에게 금방 다가올 수 있는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죽음이 확정되는 찰나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는 표현을 보면서 더 그랬다. 의식을 잃어버린 채로 깨어나지 못하고 10년간 살아있다가 심장이 멎어버리는 환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그렇게 10년간 살아있는 것을 원할까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마지막 단락에서 작가가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아무리 의학기술이 개발되어 치료하고, 노화를 막아도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장을 수정해야 하는 날은 반드시 온다고 표현할 때, 그게 정말 행복할까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정말 불멸로 사는 것이 행복할까? 나는 죽음으로 넘어갈 때 고통스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주 기도한다. 몸이 많이 아프고, 병을 많이 앓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건강해도 그렇지 않을까?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살다가 순간적으로 빠르게 갈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건강한 죽음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다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