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콩사탕님의 서재
  • 하늘을 건너는 교실
  • 이요하라 신
  • 16,020원 (10%890)
  • 2025-07-02
  • : 1,07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을 보면서 문득, 정말 하늘을 건넌다는 표현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하늘이 다리는 아닌데, 하늘을 건널만큼 무언가 도전하는 교실일 수도 있고, 하늘에 발을 디디는 용감한 무언가를 하는 교실일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닐까?

이요아라 신이라는 일본 작가의 작품이고, 꽤 많은 소설을 쓴 작가다. 일본의 고등학교, 그것도 야간 고등학교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라 조금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야간 고등학교, 아니, 도리어 주간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아 크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밤 8시에 시작하는 학교, 교실.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벽에 기대어 주저앉은 채, 학교 건물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이 두 개 빛나고 있었다. 일반 고등학교에 가고 싶었다. 진짜 푸른 하늘이 있는 고등학교에.

후지타케 선생님이 야나기다 군을 불러, 4교시에라도 학교에 들르라고 했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야나기다가 왜 글자를 잡을 수 없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글자를 읽을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 순간 깜짝 놀랐다. 공부가 어려웠던 게 아니라, 아예 글자를 읽기 어려웠다는 것으로 인해 야나기다가 겪었을 어려움은 상상만 해도 금방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과학부를 함께 하자고 선생님이 손을 내밀었을 때, 야나기다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렇게 이 책 속에는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거나,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학교에 나오는 이유가 있는 할아버지 등 많은 학생들이 과학부에 발을 디디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쩌면 과학이 재미있어서라기 보다, 무언가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그들을 일으키고, 함께 하게하고 또 마음을 열게 만든게 아니었을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그 ‘예상 외’일지도 모른다.

일단 부원들의 변화가 그렇다. 각자가 모두 성장하고, 모든 의미에서 서로의 관계성이 깊어지고 있다. 그것이 연구 성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수준은 내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다. 피험자가 이렇게까지 크게 달라지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함께 하다가도 서로에게 문제가 생기고, 학교를 나오지 않는 학생이 보일 때, ‘과학부도 별 걸 할 수 없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크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든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인생이야말로 자동적으로는 알 수 없으니까요.” 그는 정면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자신의 장래를 똑바로 뻗어 있는 외길처럼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어요. 누구에게나 있는 건 항상 창문이 없는 방이고, 눈앞에는 문이 몇 개나 있죠. 그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열어보면 그곳에는 또 작은 방이 있고 문이 나란히 있습니다. 인생은 그것의 연속일 뿐이니까요.”


그 야간 고등학생들이 모여 만든, 그것도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여러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생각하고 실험하고, 과정을 바꾸고, 아이디어를 내고, 만들어내는 모습 속에서 참 대단한 것을 기대하는 게 더 어려웠다. 그런데 그들은 대단한 결과를 낸다.

‘교실은 우주를 건넌다’라는 제목의 마지막 장에서 드디어 ‘화성의 중력하에 램파트 크레이터를 재현한다’는 그들의 실험이 예선을 넘어 본선 발표에까지 가고, 대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하게 된다.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다. 야간 고등학교, 그것도 나이가 천차만별인 학생들이 대회에 나온 것도 신기하고, 거기서 상을 타고, 다시 다음단계의 실험을 해나가자고 서로에게 격려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정말 하늘을 건너는 교실이라는 것이 마음에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선생님이 기본을 만들어냈을지 모르지만, 그리고 열심히 학생들을 불러서 연결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보다는 한 명씩 자신이 할 수 있다고,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들을 함께 한 것이 아닐까?

그날 밤 후지타케는 “이 학교에는 뭐든지 있어요.”하고 말했다.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푸른 하늘은 없어요.’하고 중얼거렸다.

그런 학교가, 히가시신주큐고등학교 야간반이 지금은 가장 그리운 곳이 되었다.

후지타케의 말을 옳았다. 그곳에는 뭐든지 다 있다. 그럴 마음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내가 있을 곳은 조용한 학교 건물에 불이 켜지는 그 교실이다.

창문 밖으로 어두운 밤거리 밖에 보이지 않는 그 교실이다.

그리고 우리 교실은 지금 우주를 건너간다.

이렇게 우주까지 건너가는 교실을 만날 수 있다니, 그리고 함께 건너가기 위해 손잡은 사람들이 있다니, 참 마음이 푸근하다. 나도 내 인생에서 그렇게 함께 건너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을 같이 하는 그런 행운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게 참 아쉽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