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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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는 어떤 곳일까? 책을 펼치면서 궁금한 것들이 떠오른다. 어떤 모습인지, 가장 유명한 곳은 어떤 곳인지, 왜 마드리드에 여행을 갔는지 등등. 유럽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말이다. 회사에서 긴 시간 휴가를 내기 어려운 남편은 미안하지만 집을 지키고, 아이들과 내가 함께 유럽을 여행했다. 하지만 많은 나라를 다 갈 수는 없었고, 그 중 스페인의 마드리드는 가 본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책이라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게다가 일기라고 한다. 아마도 마드리드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서 책을 넘기면서 어떤 글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중 앞부분에 나오는 마드리드에 한 번에 가기 힘들어서 바르샤바에 멈추었다가 다시 비행기를 타러 갔을 때 발견한 재미있는 표지판 이야기에 저절로 웃음이 났다.
비행기를 타려고 아침에 다시 공항에 가니, 출국층 앞이 주차 구간과 정차 구간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정차구간에 ‘Kiss & Fly’(키스하고 날아가)라고 쓰여 있었다. 작별의 키스를 나누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라니, 화끈하고 로맨틱하다. 아울러 ‘Up to 7 min’(7분까지)라고 표기돼 있는데, 세게각국으로 떠나는 여인과 가족들이 이곳에서 각각 7분동안 쪽쪽대며 키스하고 있을 상상을 하니, 확실히 폴란드는 화끈한 나라라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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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를 마덕리라고 부른다는 이야기에 마치 우리나라 시골 이름같아서 한번 더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펼쳐진 멋진 사진. 가끔 유럽 사진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높은 빌딩이 아닌, 정말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삶의 터전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든다. 멋지게 지어진 아파트도 몇 십년만 지나면 철거와 재건축을 이야기하는 우리나라의 집들과 참 달라서 그럴까? 이렇게 세월과 함께하는 도시와 사람들이 참 멋지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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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소설가의 소설 중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라는 제목을 보면서 소설에도 이렇게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담을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런 작가가 2022년에 토지문화재단과 스페인 문화체육부가 체결한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가을과 초겨울을 마드리드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 하나하나가 이렇게 가을인 ‘9월 3일 Septiembre’처럼 하루하루의 생각과 느낌으로 이어지나보다.
이런 멋진 기회를 가지다니 참 부럽다. 두 계절을 한 도시에서 보내면서, 그 도시의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가!
어제 자전거를 살 때에도 젊은 직원이 내 글을 읽어볼 수 있느냐고 했다. 하여, 내가 번역된 게 없다 하니 실로 아쉽다는 표정으로 “어서 번역되길 바란다.”며 건투를 기원했다.
한국에서도 받지 못한 내 문학에 대한 관심을 서반아에서 받는다니, 실로 어리둥절하다.
사실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는 생각보다 멈칫 멈칫 할 때가 더 많은데, 신기하게도 하루 하루의 작가가 말하는 ‘서반아’에서의 생활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물론 어느 나라에 가서든지 사는 것이 크게 다르겠나 싶지만, 작가의 익숙하지 않은 서반아어를 배우는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실수나, 사건들이 참 재미있다. 9월 1일을 시작으로 11월 15일까지 생활과 생각과, 경험들이 작가와 같이 이어져가는 것을 읽는 것도 신선했다.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는 작가가 물론 소설가이지만 참 부럽다.
일주일 정도의 여행과 다르게 몇 달을 지내는 것은 사람들과 익숙해지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새롭고, 신기한 경험인 것 같다. 그런 경험 속에서 작가다운 사물에 대한 따뜻한 느낌과,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이어가는 재미있는 글이 참 좋았다. 마드리드에 꼭 가보고 싶어진다. 거기서 책에서 본 것들을 하나씩 만나 볼 수 있으며 참 좋을 것 같다. 그런 즐거운 여행에 대한 기록을 읽어가는 것이 즐거우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