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지만, 책을 읽고 든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과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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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간절히 원한다. 내 마음대로 되는 세상이었으면, 하고.
모든 걸 갈망하는 건 아니다.
그 세계에서 난 아무것도 잃지 않고, 아무도 마음 상하지 않으며, 누군가와 누군가의 사이가 틀어지는 일이 없을뿐더러 소중한 사람을 잊는 일도 없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세상이다.
시작부터 무언가 그냥 평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가 보다 싶었다. 아리마라는 아이가 전학을 왔고, 며칠 동안 학교에 빠지다가 나간 히구치의 짝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모두 아리마를 없는 사람처럼 취급한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말이다. 학교에서 힘들어하는 히구치는 옥상에 올라가 혼자 점심을 먹는데 그 곳을 아리마에게 공개할만큼 가까워진다. 하지만 마치 아리마는 귀신인 것처럼 아이들이 말을 걸지도 않고, 아는 체도 하지 않는다. 점심도 먹지 않고, 실재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힘든 히구치의 옆을 지켜주는 아리마. 둘은 같이 수업을 땡땡이 치면서 놀기도 하지만, 히구치에게는 무언가 마음에 큰 앙금이 있다. 과거에 한 선택이 옳지 않았다고 생각한 그 때, 누군가 나타난다. 미나세 린이다.
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까운 친구였다. 혼자인 미나세 옆을 지켜준 히구치. 하지만 미나세가 히구치에게 ‘너는 내 거 였으면 좋겠어.’ 이렇게 말한 순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미나세는 떠난 히구치의 모습에 당황해서 혼자 거리를 헤매다 이상한 곳에 가서 술을 마시고, 경찰에게 연행되면서, 벌을 받게 된다. 무언가 미나세와 히구치 사이를 어긋나게 하는 일이 계속 생겨난다.
히구치와 아리마의 관계가 조금씩 다시 회복되고, 놀이공원도 함께 가고, 결국 연인이 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아리마에게 생긴 교통사고. 그것으로 다시 큰 변화가 생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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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야기의 화자가 장마다 비뀌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히구치가 한 중앙에 있고, 사귀던 아리마, 그리고 나중에 전학을 와서 도와주고, 함께 해준 아리마. 히구치는 아리마를 상상친구라고 생각하게 된다.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이 아무도 아리마를 아는척 하지 않고, 점심도 먹지 않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아리마라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내내 무언가 숨겨진 것을 보게 될 것 같고, 주인공인 히구치의 힘든 모습이 눈에 밟혔다. 사고를 당한 미나세를 보내지 못하는 히구치의 마음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진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미나세가 상상의 친구인지, 아리마가 그런지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 어떤 시에서 살아가는 건 상처받는 일이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살아 있는 한 상처받지 않을 수는 없다. 사람은 상처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나는 아마도 상처받는데 저항하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구나 상처받고 싶지 않을뿐더러 고통에서는 눈을 돌리고 싶다.
그건 어쩌면 진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연히 상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나는 거기서 도망쳤다.
미나세가 당한 교통사고, 그것이 모든 인물들의 관계의 핵심이었다. 상처받은 히구치의 모습이 내내 안스러웠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정말 마지막 이별을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다. 누군가를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것은 어떤 관계든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작가는 서술하는 주인공이 바뀌면서 소설을 풀어가는데 크게 어렵지 않게 써서 신기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이해하기가 어려워야 하는데, 쉽게 글을 쓰는 재주가 있나보다. 일본 작가의 문체와 느낌은 참 특이하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에게 이별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치는 과정이 잘 담겨져 있어서 덮을 때 조금 시큼하지만 편안했다. 그렇게 잘 보낼 수 있다면 그걸로 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