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작가님의 <나, 유시헌>을 읽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유시헌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입니다. (보통 책의 주인공과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그 책을 읽기 딱 좋은 나이더라구요.) 책의 첫 장면은 주인공 유시헌이 반 아이들 앞에서 걸그룹 춤을 추게 되는 장면입니다. 춤 추는 것을 좋아하는 시헌은 방과후 수업 발표회에서 걸그룹 댄스 솔로를 춘 뒤 학급에서 일약 스타가 되었습니다. 춤추는 것이 즐거운 시헌이는 긴 앞머리를 훅훅 불어넘기는 그런 아이입니다. 책을 읽는 독자들도 처음에는 시헌이의 성별을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걸그룹 춤을 훌륭하게 소화하는 시헌이의 장면을 읽고는 당연하게 여자아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시헌이는 쌍둥이누나 시아와 함께 학교에 다니는, 분홍색이 주는 따뜻하고 밝고 부드러운 느낌을 좋아하는 남자아이입니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부터 시작된 “남자” 답지 못하다는 시선이 시헌이에게 꽂힙니다. 시헌이는 자신이 지금까지 좋아했던 것, 자신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보는 그 시선으로 평가받는 그 마음을 너무 잘 표현해서 어른인 저도 읽으면서 시헌이의 마음이 너무도 와닿더라구요. 시헌이는 또래 남학생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아니, 세상이 정해 놓은 ‘또래 남학생’이 마땅히 해야하는 일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것에 바람직한 것이 아니더라도 남자 아이들은 좋아해야 하니까요. 그동안 시헌이를 ‘여자같다’고 보던 아이들도 ‘너 답게 살아’라고 말할 정도가 될 때까지 시헌이가 겪어내는 감정과 복잡한 심경들을 정말 잘 표현한 책입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는 많은 시헌이들이 푸른색 가방을 들고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눈빛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돌덩이가 되는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세상에는 시헌이 같은 친구도 있고, 세연이 같은 친구도 있으며 시아 같은 친구도, 그리고 준하 같은 친구들도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다른 친구들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아니 나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아이와 함께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