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말발디의 이탈리아 역사 추리소설 인간의 척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주인공이 되어 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이탈리아의 역사 소설이라 등장인물의 대사가 매우 르네상스 스럽습니다. 처음에는 긴 문장의 호흡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읽다보면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나름의 위트와 유머에 웃게 됩니다. 작가는 자신의 시선을 숨기지 않고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가며 글을 이어갑니다. 마치 영상화를 염두해 둔 듯 한장면의 마지막 대사와 새로운 장면의 첫 대사를 이어지도록 구성하여 장면 변경을 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살았던 시기는 이탈리아가 여러 공작의 나라로 쪼개여져 있는 시기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밀라노의 공작(정확히는 공작 대리) 일 모로 밑에서 후원을 받으며 그림을 그리고, 기계를 발명하고, 조각상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레오나르도의 어머니는 아들이 걱정된 나머지 함께 살러 올라오셨는데 둘이 투닥이는 장면이 예의바르면서도 위트가 넘칩니다. 레오나르도는 살라이라는 어린 남자 학생을 두었는데, 그는 사고도 많이 치지만 위급할 때 레오나르도를 구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그리고 소설은 모호하게 그 둘의 사이가 어떤지에 대한 묘사만 남아있습니다. 일모로 공작은 여성 편력이 있고 권력욕과 소유욕도 강하지만 그런 첫 묘사와는 조금 다르게 나름 정치와 통치를 잘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동지이자 사위인 갈레아초와 함께 이 밀라노 영토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을 파헤치게 됩니다.
사실 살인사건의 전후결말보다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시대의 이탈리아에 대하여, 그리고 레오나르도의 삶과 성품에 대하여 소설이긴 하지만 한층 가깝게 알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그 시대의 복식이나 주요 사건, 그리고 봉건제도가 어떻게 이루어 지고 있는지 그 시대의 경제원동력이나 은행의 역할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생생히 적혀져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다빈치 전시에서도 느꼈지만 레오나르도는 천재의 고독을 즐긴 사람이라기 보다는 상냥하며 우리처럼 실수도 하지만 (실제로 수많은 천재적인 발명 속에 지금 우리 시각으로 봤을 때 말도 안되는 발명 착오도 있습니다.) 그 실수에서 무언가를 알게 되고 더욱 많은 발명을 하는 노력형 인간이라는 점, 고기를 먹지 않고 공작들의 후원으로 생계를 이어갔다는 점, 그도 독선적 천재가 아닌 사람들과 어울리며 후원을 위한 정치도 했다는 점 등 인간적인 레오나르도를 알게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을 대사와 편지를 통해 나타내는데, 그의 철학까지도 생각해보게 합니다.
마지막 오를레앙 공작의 독백으로 마치 이 책의 후속작이 나올수 있겠구나 싶게 이어지는 듯 끝나는 인간의 척도 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