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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짜증님의 서재
  • 빛의 조각들
  • 연여름
  • 15,300원 (10%850)
  • 2025-11-07
  • : 1,800


* 이 리뷰는 서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빛의 조각들은 특별한 인연을 통해 두 사람이 자신의 알을 깨고 나가는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는 인간은 먼 미래에 신체를 개조해 살아가는 [인핸서] 그리고 그대로 살아가는 방식을 택한 [오가닉]으로 나뉜다. 예술가인 소카는 선천적으로 호흡기 폐질환을 앓고 있지만 예술가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오가닉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평생을 무균실처럼 만든 집 안에 갇혀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런 소카와 조종사였지만 사고로 눈을 다쳐 세상을 흑백으로밖에 볼 수 없는 주인공 뤽셀레가 만나게 된다.


[소카는 내가 때때로 일렁이는 흑백의 수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 나는 손바닥으로 두 귀를 덮고, 본래의 색채와 나의 시야 간 차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그 풍경을 꼼짝없이 오래 응시했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간을. 또 나를 하필 지금 이곳에 있게 한 모든 확률을.]


흑백증을 앓고 있는 뤽셀레에게 소카는 흑과 백만 가득한 세상에 뤽셀레 혼자 외롭게 갇혀 있지 않다는 걸 알려준다. 당신이 보는 세상은 그런 눈을 갖지 않은 우리가 웅크리거나 애써 찾아야 보이는 아름다운 일면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런 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작품 내내 소카는 인핸서와 오가닉 중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한다. 인핸서가 되면 예술인의 삶을 포기할 수 밖에 없지만 인간은 늘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갈망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에 소카의 그런 마음이 당연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뤽셀레는 그런 소카의 마음에 큰 돌을 던지고, 파장은 천천히 소카의 마음속에서 커지게 된다.


["소카 씨는 인핸서가 되면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하실 겁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 산소 헬멧이 필요 없게 되면 말입니다."


"아이스크림 먹을 거예요. 손에 들고 공원을 걸으면서요."]


하지만 결국 소카는 자신의 알을 깨고 나온다. 협회에서 인정해야만 공식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예술인의 자격을 내려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소카가 그림을 포기했을까?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존재는 예술가가 아닐까 싶다. 수많은 행성을 여행하고, 자유를 만끽하며 채워넣었을 소카의 그림은 분명 더 아름다울 것이다.


["저 아득한 시간 속에서 하필 우리가 지금 함께 있는 건, 사실 엄청난 확률인 거지. 당신은 운이 좋아. 안 그래, 뤽셀레?"]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는 불완전한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때로는 타인이 멋대로 날 가둔 틀을 깨버릴 필요가 있다. 그 날 뤡셀레가 보았던 무수히 많은 별처럼, 세상에는 저마다 다른 빛을 내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서로 달라도 빛나고, 모이면 아름다운 빛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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