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에는 배리 로페즈가 자연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는 55년의 여정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 원래 에세이는 잘 읽지 않지만 제목이 주는 숭고한 느낌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하게 됐다.
자연의 웅장함과 경이로움에 대한 예찬으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채우고 있지는 않다. 책에 푹 빠져 읽다 보면 그의 시선으로 여행할 수 있는데 자연은 인간의 또 다른 생명력이며 사람에게서 얻을 수 없는 또 다른 안정감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로페즈의 삶에서 자연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었고, 학대당했던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만큼 고통보다 더한 동경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실마의 산기슭에서부터 구불구불 연결된 그 반짝이는 수로를 맞아들이는 우리의 태도에는 충분한 경외감과 필요한 만큼의 불신이 실려 있지 않았던 것 같다. 혹시 어른들이 그 일에 담긴 심오한 메시지를 이해했다 하더라도,
송수로가 실어온 물이 밸리 지역에 초래할 막대한 변화의 숨은 의미를 알고 있었더라도, 그들은 발설하지 않았다.
어른들은 그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로페즈의 자연과의 교감과 추억은 문득 내 어린 시절도 되돌아보게 한다. 그보다 더 전으로 돌아가면 세상은 어땠을까?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인간의 터전이 넓어질 수록 우리의 자연은 점점 숨 쉴 곳을 잃어간다. 우리는 우리가 할 행동에 대한 결과를 아주 잘 알고 있을 만큼 똑똑해졌다. 하지만 글에서 나왔듯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쩌면 훗날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숨이 탁 트일 만큼 평화로운 벌판과 그 위를 뛰어 노는 수많은 동물들,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이름 모를 새들,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위로와 안정을 느끼는 우리들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가 그토록 갈망하며 55년 간의 여정을 통해 추구했던 '자유'를 나중에 우리는 책 속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