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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문제는 냉정하게 말해서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의 구별에 관한 문제와 동일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이렇게 만들었어, 라는 식의 말들은 그저 논점이탈에 지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성격이 모든 것들을 이렇게 부패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우리는 자본주의대로 따라가자, 라는 식의 결론은 무의미하지 않은가? 자본주의는 우리가 가진 최악의 경제체제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나은 체제는 한동안 없을 것이고, 굳이 생겨난다면 나는 게임화Gamification에서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기준이 되는 교환수단인 돈, 이 유일한 것이 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고, 게임화는 그 수단을 마련해줄테니. 하지만 문제는 돈, 이 유일한 교환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적어도 이 상황에서 최선의 것을 찾아서 선택하여야 한다. 두 가지 사례를 보자.

 

실험 경제학 - 요즘은 행동 경제학에 거의 흡수된, 의 고전 사례인데, 상대방과 내가 칸막이를 두고 앉아있는데 실험자가 나에게 제안을 한다. 만원을 주는데 상대방과 적절하게 나눠가져라. 만약 상대방에 거절한다면 - 상대방도 내가 만원을 받고 만원을 자신과 나눌 것이라는 것을 안다 - 둘 다 돈을 못가지지만 상대방이 승낙한다면 돈을 둘 다 얻을 것이다, 라고. 여기서 사실 상대방은 내가 얼마를 떼주든 받아들이는 것이 이득이다. 0원에서 돈이 생기는데 뭘 받더라도 경제적이지 않은가? 가장 좋은 것은 내가 9990원을 받고 상대방에게 10원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상황에서 상대방이 받아들일까? 아니다. 차라리 둘 다 받지 않는 쪽을 원할 것이다.

 

실험 결과 대략 4000원 선에서 결정난다고 한다.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하는 돈은 여기서는 4000원 선이다. 그렇다면 위의 제목과 같은 경우에는? 만원이라면 발을 핥지 않을 것이다. 10만원이라면? 더 나아가서 1억을 준다면? 당신은 발을 핥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아니면 발을 핥고는 내가 내 행동을 상대방에게 피해안주고 결정하는데 뭐 어때?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 그런 것들 다 이런 거 아닌가?' 라고 말할 것인가?

 

여기서 두 번째 사례를 보자. 예를 들어서 어떤 물품이 있는데 그 물품의 주인은 말한다. 이 물품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요, 라고. 그러자 그 물품을 꼭 사고 싶던 사람이 그 물품의 주인에게 돈을 계속 높여가며 제시한다. 처음은 1원에서, 이윽고 빌딩 한 채 값이 되자 물품의 주인이 손을 내젓는다. 그렇게 까지 성의를 보이다니 이 물품을 사가시오, 라고. 그렇다면 저 물품은 여전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었다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으로 바뀐 것일까? 혹은 처음부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었을까. 감히 말하건데 나는 저 물품은 처음부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었다, 라고 하겠다. 처음부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었다면 주인은 처음부터 시장에 올려두어서는 안된다. 돈이 물품을 부패시켜서 살 수 없는 것을 살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놓았다, 라는 것은 사실 변명이다. 돈을 어떻게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과 떼놓고 볼 수 있는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돈의 액수를 얼마를 올리더라도 그 성격을 바꾸어서는 안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으로 성격이 바뀌는 것은 물체때문이 아닌, 그 물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때문이다. 사람이 그 성격을 바꾸어서는 안된다. 누가 50억을 주고 발을 핥으라면 우리는 이 행위를 돈을 만원을 주었을때도 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측면에서는 0원에서 얻기에 무조건 이득이니깐. 하지만 만원을 주었을때 저 행위를 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만원을 받을때는 못하던 행동을 50억 받을때는 한다고? 이 행동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은 바로 당신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사게 만드는 것도 당신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끝까지 살 수 없어야 한다.

 

그러니 단호히 거절해야만 한다. 이건 돈과는 관계 없다. 잘못된 것이다. 그러니 안할 것이다, 라고. 그것이 자본의 노예가 비일비재한 이 시대에 자본주의의의 고삐를 그나마 틀어쥐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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