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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쑤기미
- 네드 보먼
- 16,200원 (10%↓
900) - 2025-08-28
: 1,155
바야흐로 기후위기의 시대. 전 세계의 국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후위기 문제 해결 방법 중에 '탄소 크레딧' 제도가 있다. 단어만 보면 꽤나 중립적이고 합리적일 것처럼 들리는 이 제도는 쉽게 말하자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나 기업이 다른 곳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돈을 주고 사들여, 그만큼의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했다고 간주하는 방식이다.
말이 안되어보이는가? 실제로도 구조적 허점이 많아 문제가 많고 제대로 작동이 어려우며, 기후위기의 진짜 문제를 간과하고 문제 해결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영국의 소설가 네드 보먼의 <독쑤기미>는 이러한 현실의 부조리를 풍자한 기후SF 소설이다.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기온이 2도씨 이상 상승하여 기후위기의 임계점을 넘어선 근미래에, '멸종 크레딧'이라는 제도를 기반으로 생물종의 멸종을 사고파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크레딧'을 활용한 환경위기 타개라는 발상이 자세히 보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지 이 책에 등장하는 멸종크레딧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우선, 개발로 인해 어느 생물종을 멸종시키게 되면 해당 멸종 크레딧에 해당하는 돈을 내면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탄소 크레딧도 마찬가지의 구조다.)
또한 개념 자체는 간단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를 실제로 이행하는 것은 복잡한 현실로 인해 구조적 허점이 많으며 거래가 엉망이 되어 다양한 문제점을 양산한다. (탄소 크레딧도 마찬가지다2)
소설에서 조금 더 끔찍하게 느껴지는 건, 신경망 스캐닝 기술을 이용해 멸종 직전의 생물종을 스캔해 해당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면 ‘멸종한 것이 아니다’라고 간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은 아직 이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라 해야할지.. 정말 섬뜩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책의 서사가 독쑤기미를 중심에 두고 흘러가기는 하지만 세계관을 설명하는 내용과 인물들간의 서사 등등 곁가지 내용을 포함한 다른 요소들이 꽤 많아서 독쑤기미의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조금 아쉬웠다. 환경이나 독쑤기미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 확 몰입되고 인물들간의 이야기가 나올때는 몰입감이 다소 느슨해지는 측면이 있는 점은 살짝 아쉽기는 하였으나, 이 책은 섬세한 감정선 등의 문학적 요소들보다도 멸종 크레딧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생물종의 멸종에 대해 생태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핵심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환경 분야에 몸 담근 사회과학도로서 아주 만족스럽게 읽은 기후SF다. 특히나 경제/금융 제도에 대한 내용들을 SF에 담은 것이 신선하고 좋았고, 작가가 자본주의 시스템과 국제 환경 체제, 환경과 생태 등에 대해 관련 조사를 많이 하고 쓴 것이 느껴졌다. 이런 소설이 국내에서도 번역된 것이 감개무량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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