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조카와 함께 살고 있다.
이맘때 애들이 그렇듯 요즘따라 강아지를 기르자고 조르곤 한다. 그때마다,
"우리집엔 이미 강아지가 있는데~?"
"어디?"
"여기 있지~"
이렇게 임기응변으로 넘어가고 있다. ^^;
오늘 조카의 다섯번째 생일을 맞아 무얼 선물해줄까 고민하다가
퇴근길에 조카가 좋아하는 쪼코케이크와
<신나게 그려보시개> <즐겁게 그려보라냥> 책을 보고
강아지&고양이가 그려진 카드를 선물해주기로 결심했다.
워낙 그림 솜씨가 없어서 처음에는 연필로 밑선을 그리고 그 위에 펜선을 넣었다.
그랬다가 마르기도 전에 지우개질을 하는 바람에 선에 번지는 대참사가.... ㅠㅠ
그래서 이번엔 그냥 연필 밑선 없이 바로 펜으로 그렸다.
두근두근 긴장됐지만 한번 그려봐서 그런지 그릴 만했다.
그러다 문득,
'어차피 완벽히 똑같을 수 없는데, 굳이 책하고 똑같이 그리려고 애써야 하나?
처음 그려보는 건데 책만큼 잘 그릴 수 없는 게 당연하잖아.
내가 그리는 거니까 내 느낌대로 그리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펜선에 쓱쓱, 엄청 과감해졌다. ^^;
망치면 또 그리면 되지 뭐. 그리고 직접 그린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거 아니겠어?
잘 그린 그림을 원한다면 예쁜 카드는 얼마든지 살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해서 완성한 그림! (그림 속 이름은 모자이크 처리)
오오오~ 생각보다 느낌이 좋다.
당연히 책 그림과는 좀 다르지만, 표정도 다르고 얼굴 비율도 다르고, 색감도 좀 다르지만!
그래도 예쁘다. 내 그림도 예쁘다.
자신감을 찾아 하나 더 그려보았다.
조카에게 개와 고양이떼를 선물해주기로 한다.
정말 거침없이 막 그렸는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모아서 보니까 괜찮다. 별로 티가 안 난다!
보기보다 따라 그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표정과 채색이 재미있었다.
처음엔 무조건 책대로 칠하다가 나중엔 다른 그림과의 조화를 생각해 채색을 바꿔보기도 했다.
이렇게 하나 둘 그리다 보니 재미도 있고, 자신감도 붙는다.
어려운 점이라면 적당한 비율을 유지하면서 그리는 것?
얼굴이나 팔 다리, 몸통이 굵어지고 얇아지고, 비율이 달라지기 일쑤였다.
이건 조금 훈련이 필요할 듯하다.
다 그리고 나서 기분 좋아서 설정 떼샷을 찍어봤다 ㅋㅋ
선물받은 고양이 달력의 귀여움을 빌기도 하고 ㅎ
오늘 저녁에 조카에게 줄 건데, 좋아하려나? 부디 좋아해줬으면.
조카의 표정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