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상자 2권이 나왔다.
여전히 신비롭고, 독특하며, 약간은 잔인하면서 아리송한 이야기들이다.
표지도 변함없이 존예롭다. 김달님 최고 bbb
김달의 만화는 처음 읽으면 (그림이) 일단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림체와 달리 읽는 게 만만치는 않다.
독특한 설정들과 마력 넘치는 스토리텔링, 특유의 유머에 빠져 술술 읽히면서도
끝에 가면 개운치 못한 무언가가 남곤 한다.
음? 되게 쉬운 얘기일 줄 알았는데, 지금 무슨 얘기를 읽은 거지? 싶어지는...
그래서 한번 읽고 말 게 아니라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게 된다.
다행히 글밥이 많거나 그림이 복잡하지 않아서 복습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
이번 권도 몇 번을 내리 읽는데, 그러다 문득
마지막은 대개 한 가지 공통된 감정으로 끝난단 인상을 받았다.
바로 '외로움'.
이야기 속 인물들은 크게 성공하기도 하고, 괴로움이 몸부림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주인공들 역시 사람이기도 하지만, 용이기도 하고, 신이기도 하고,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하며, 아이기도 하고, 어른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이 마지막에 토로하는 아우라는 대개는 '외로움'이었다.
어두운 밤을 홀로 밝히는 달이라는 예명처럼
김달 작가는 정작 본인은 무척 외로운 게 아닐까 싶어졌다.
2권에 실린 <보이는 나라> 에피소드는 어쩜 본인 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1권에 비해 좋았던 건(?) 미공개 단편이 실렸다는 점이다.
분량도 꽤 돼서, 본문보다 더 두꺼운 부록이다.
일하는 걸 좋아하고 돌봄 노동에 서툰 엄마가 주인공이었다.
엄마라는 이데올로기에 핍박받으며
엄마로서 기대되는 역할을 수행해내지 못한 여자들이 받는 편견과 죄책감.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들에 희생되어 나무에 묻혀야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였다.
무척 현실적인 주제임에도 대놓고 자극하지 않는 세련된 스토리텔링.
역시 김달이다 싶었다.
앞으로 어디까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