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 작가의 용기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이것이 얼마나 큰 부담이었을지, 이야기를 내어놓기가 얼마나 두려웠을지 짐작도 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가 용기를 내어준 덕분에 나의 목소리가 나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의 이야기를 이해하듯(착각인지도 모르지만) 나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겐 이해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꾹꾹 눌러온 말과 압축된 고통을 인적 드문 들판에 풀어놓고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가 보아도 좋고, 아무도 못 보아도 좋다. 아무래도 좋았다.
작가는 이 말을 남겼다. '평생 변하지 않는대도 괜찮다. 그러나 절대로 변할 수 없는 것은 없다.'
그래,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것도 변한다. 이제는 안다. 그러나 변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도 말할 수 없던 것을 말함으로써 누군가에게 괜찮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수없이 스스로에게 건넸던 말을 타인에게서 듣게 되다니, 아주 희망찬 상실을 목격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