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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님의 서재

갑자기 찾아온 가을에 들뜬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기라도 하려는 듯 요 며칠 맑았던 하늘은 어제오늘 우중충하게 흐려 있습니다. 길게 이어지던 늦더위는 사라진 듯하고 뚝 떨어진 아침저녁의 기온은 으스스한 한기마저 느끼게 합니다. 계절이 바뀌는 이 시기에 우리는 제법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일 추락하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서 나는 요즘 우리가 전임 정권 시절에 보았던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판단이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인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그는 매우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꽤나 힘겨운 삶을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통과하여 변호사가 되었던 것을 보면 그는 남들보다 뛰어난 의지와 목표의식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모든 사람이 그와 같은 성과를 낼 수는 없는 까닭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지닌 의지나 열정을 의심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그가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온몸으로 겪고 목격하였기에 누구보다도 서민의 삶을 잘 이해하고 그들을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착각하였다는 점입니다. 그가 늘 입에 달고 살았던 '억강부약(抑强扶弱)'이 현실에서 구현될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을 까맣게 잊은 채 말입니다.


게다가 개인의 목표를 향한 강한 의지를 마치 어떤 신념이나 용기로 착각하였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우리는 그가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고 그 과정에서 마주칠 수 있는 어떠한 위험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인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정의와 용기를 몸으로 체득한 사람이라고 믿었다는 게 우리의 착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치인 이재명은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임기응변과 대처 능력으로 위기를 돌파했을 뿐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좋았을 뿐이지요. 낙선을 뻔히 예감하면서도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부산 출마를 강행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여정과는 사뭇 달랐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고집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에서 불안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비겁을 감추기 위해 실용이라는 말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계속되는 지지율 하락을 지켜보는 진보 진영의 많은 사람들은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을 모색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이 상태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당대회 이전부터 민주당의 여러 사안에 대해 음으로 양으로 개입하여 왔고, 대부분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졌던 게 사실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같은 진영의 지지자들을 향해 '문조000'이라는 멸칭과 조롱을 일삼는 여러 언론과 유튜버들을 부추기거나 용인하였고, 자신이 원하는 '구조적 다수'를 획득하기 위해 극우적 인물도 등용하였던 게 사실입니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갔고 '문조000'를 외치던 사람들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을 향한 조롱을 멈추지 않은 채 '반명' 딱지를 붙이거나 듣도 보도 못한 '신천지' 딱지를 붙이기에 이르렀습니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은 이제 그야말로 실질적인 '반명' 세력이 되고 말았습니다. 머리가 좋고 눈치가 빠른 이재명 대통령이 작금의 현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문조000'를 외쳤던 자들을 징계한다거나 전통적 지지자들에게 사과한다는 말은 할 수 없을 듯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문조000'를 외쳤던 사람들이 '반명'으로 돌아서고 말 테니까 말입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잔꾀에 의한 지지율 하락을 지켜보면서 다른 방안을 모색할 테지요. 개헌이나 파병을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의 한 방안인 듯 보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시적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유튜버의 눈을 속일 수는 있겠지만 국민 전체를 속일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은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이지만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을 위해서 나쁜 결과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싶습니다. 내란의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과 '구조적 다수'라는 헛된 꿈을 꾸고 있는 민주당의 양당 체제를 무너뜨릴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두 정당을 견제할 수 있는 제3의 정당이 출현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정치사에서 조금 더 발전된 민주 제도가 정착될 수만 있다면 지금의 혼란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늘은 여전히 어둡고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으스스한 한기가 스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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