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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님의 서재
  • 고독은 연결된다
  • 김성민
  • 15,120원 (10%840)
  • 2023-08-05
  • : 328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그 사람의 성향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어떤 동인으로 그 책에 흥미를 느꼈는가 하는 문제가 때로는 한 사람을 평가하는 데 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중년의 한 남성이 서점에 들러 한 권의 동화를 선택했다면 '그 나이에 왜?'라는 질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성인이 된 남성들 중에도 여전히 동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비록 그것이 그 사람의 오래된 취향이라고 할지라도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그 나이에 동화를 고른 동인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곧 그 사람을 평가하는 하나의 관점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자신을 일컬어 '이타적 에고이스트'라고 하는 김성민 작가의 리뷰 에세이 <고독은 연결된다>를 읽게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었다. 며칠 전 자주 들르는 도서관에서 이 책 저 책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괜찮은 책인 듯 보여 대출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물론 나는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대책도 없이 책만 빌려 오는 상습적 '책 산책자'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빌려온 책을 무작정 쌓아놓고 묵히다가 들춰보지도 않은 채 책을 반납하는 비양심적인 사람은 아닌 것이다. 이번 책처럼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후루룩 다 읽어버리는 경우도 더러 있으니 말이다.


"도서관을 단순히 책 빌리는 곳이라고만 말한다면 허전하고 부족하다. 도서관은 책 자체를 체험하는 곳. 책을 구경하고 읽으며 도서관에서 마련한 수업을 듣고 책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채로운 방법이 있는 곳이다. 베스트셀러나 신간 위주로 배열된 대형 서점에서는 책들이 저마다 존재감을 뽐내지만, 도서관에서는 책들이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백 년 전에 쓰인 책들이 지금 현재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 무덤에 있는 저자들이 곁에 살아 있는 것 같은 상상을 한다. 그래서 도서관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무한한 세계라고 말한 보르헤스가 떠오른다."  (p.62)


<고독은 연결된다>에는 작가가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이나 사유 또는 연결된 에피소드나 깨달음 등으로 인하여 책을 읽는 독자 역시 작가가 언급한 책을 읽고 작가와 비슷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부류의 책 대부분이 그렇지만 말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도서관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나도 모르게 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와 같은 상습적 '책 산책자'에겐 이 책이 무척이나 위험한 책이라고 하겠다. 빼곡하게 적은 도서 목록을 들고 하시라도 도서관 나들이를 마다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여기에 모인 스물아홉 편의 글은 함께 읽기와 다시 읽기의 결과물이다. 대개 읽고 나서 쓰지만 때로는 쓰기 위해 읽는다. 쓰기 위해 다시 읽는 과정은 나의 이해를 허물고 재구성하는 시간이었다. 삶을 다시 살 수 없지만 책은 얼마든지 다시 읽을 수 있다는 말처럼 다시 읽기는 독자로서 갖는 즐거움이다."  (p.8 '들어서며' 중에서)


오늘 아침 새벽 운동에 나섰던 나는 깜짝 놀랐었다. 산의 입구에서부터 매일 들었던 매미 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귀뚜라미 소리가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이렇게 갑자기 모두 사라졌다고?' 나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웬걸, 산의 능선에 올라서자 매미 소리가 어제와 다름없이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날씨가 다시 더워지는 바람에 매미들도 조금 더 시원하고 조용한 곳으로 피서를 왔나?' 생각하면서 피식 웃음이 터졌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습한 등산로를 매미 소리 덕분에 가볍게 걸을 수 있었다. 소리에 민감한 우리 인간들처럼 어쩌면 여리디 여린 귀뚜라미들도 시끄러운 매미 소리에 한껏 항의를 할지도 모르겠다.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는 우리들처럼 말이다.


"층간 소음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인 이유는 개인 간에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개인 간 해결하려다가 감정이 격해져 폭력을 행사하여 정말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 뉴스를 흔하게 접하곤 한다. 여기서 누스바움이  주목하는 것은 감정이다. 감정이 사회 정치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되는 동시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도 감정에 있다고 본다."  (p.184)


무더위가 정말이지 오래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주택가 가까운 곳에서 시끄럽게 울던 매미도 차츰 먼 곳으로 떠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잇는 것이다. 8월의 마지막주를 우리는 힘겹게 보내고 있지만 그것이 비단 인간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듯 서둘러 온 귀뚜라미도 더위 속에서 힘겹게 제 짝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새로운 기억들이 각자의 삶 속에 새록새록 쌓이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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