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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님의 서재

어제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바쁜 날들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바쁜 날들을 보낼 때마다 나는 스위스 출신의 작가 페터 빅셀이 쓴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가 떠오르곤 합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페터 빅셀의 말에 동의하고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현실과 타협하고, 그와 같이 행동하고 있는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자신의 삶을 꾸려갑니다. 어쩌면 우리는 못마땅하거나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 속의 자신을 죽기 직전까지 다독이고 미화하면서 이상만 추구하는 또 다른 나에게 끝없이 변명하고 설득하는 데 자신의 온 삶을 바쳐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일기 쓰기가 두렵다. 살면서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이삼 일 뒤에는 늘 포기했다. 일기장은 내 날들을 망쳤다. 낮에 경험한 일을 저녁에 쓰는 것이 아니라, 일기장을 위해 살기 시작했으니까. 일기장을 위해 움직이고, 일기장을 위해 관찰했다. 일기장을 위해 술집을 고르고, 일기장을 위해 이야기할 사람을 찾았다. 의미 있는 일만 해야 한다면 인생은 삭막해진다. 일기장에 '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었음'이라고 적은 그 오늘도 상황에 따라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었을 수도 있을 테니."  (p.84~p.85)


그닥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끝났습니다. 누구나 예상했던 대로 김민석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었고, 민주당의 당원이나 그렇지 않은 일반 국민들조차 시큰둥한 반응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지지하고 밀었던 후보, 모든 언론과 진보 진영의 유튜버들이 그토록 공을 들이고 앞장서서 선거운동을 펼쳤던 후보, 그럼으로써 경쟁 상대였던 다른 유력 후보를 비인격적으로 조롱하고 공격할 수밖에 없었던 선거 운동, 선거 이후에 당선되지 않은 유력 후보를 지지했던 당원이나 수많은 시민들의 가슴에 남은 앙금을 해소하는 데는 일말의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그들의 태도 등은 선거 전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막상 그 모든 게 현실로 재현되었을 때 사람들의 낙담은 단순한 낙담이 아니라 민주당과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바뀐 듯합니다. 그럼에도 선거에 동원되었던 여러 유튜버와 신임 당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자신들의 공과와 전리품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는 듯 보이고 말입니다.


민주당의 당원으로 가입한 적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수십 년 동안 민주당을 지지하고 민주당의 후보에게 나의 한 표를 아끼지 않았던 나였지만 이번 선거만큼 저열한 방식의 당 대표 선거를 지금껏 본 적이 없었던 듯합니다.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끝없이 대통령을 팔았던 신임 당 대표와 그의 지지자들의 행태를 보면 이 모든 일들을 대통령이 용인하고 지지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었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짓거리였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들도 어쩌면 자신들의 권모술수가 사람들의 눈과 귀는 속일 수 있어도 대중의 마음까지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을 조만간에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얼마 전에 썼던 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완전히 철회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제 주변에도 민주당을 탈당하여 당원 자격마저 없앤 사람이 여럿 있습니다. 머지않아 우리는 취임한 지 1년 남짓한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과 '레임덕'이라는 단어를 자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당은 물론 진보진영 전체로 보더라도 그것은 분명 불행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거쳐가는 모든 역사는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를 찾는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겠지만 말입니다. 내일은 더위도 물러간다는 처서, 우리 곁에는 여전한 더위가 숨을 쉬기 어렵게 몸을 감싸고 권모술수에만 능한 정치인들이 여름의 짜증을 더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한가한 주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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