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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님의 서재

뭔가 모르게 갈팡질팡 마음만 부산스럽고 안정이 되지 않을 때가 더러 있습니다. 그런 날은 책을 읽어도 좀체 진도가 나가지 않고, 읽고 지나쳤던 부분도 이해가 되지 않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다시 읽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크게 신경 쓰이는 근심이나 걱정거리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렇다 하는 문제도 딱히 찾을 수 없는데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마저 빨갛게 상기되어 마치 누군가로부터 심하게 쫓기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시간적 여유도 있고, 책을 읽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은데 도무지 집중을 할 수 없는 기분 탓에 독서에 빠져들 수 없는 현실. 집중력 결여의 상태가 불규칙적으로 자주 반복되는 까닭에 책을 읽을 수도 없는 현대인의 서글픈 현실은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듯합니다.


오늘은 말복이자 광복절 연휴를 코앞에 둔 설레는 금요일. 습도가 높아진 탓인지 바깥공기는 텁텁하고 무겁습니다. 이렇게 습도가 높아진다는 건 뽀송한 하루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 가을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던 어제와 그제의 날씨와도 사뭇 비교가 되는 날씨 속에서 나는 가슴이 두방방이질 치는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 채 온종일 서성였습니다. 오죽하면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나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찾아 읽어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을까요.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 기행 3>을 읽고 있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근거 있는 비평에도 불구하고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이 작가를 조롱하고 비판하는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소위 정치 비평이랍시고 떠벌리는 일부 '촉법 비평가'들의 야만적인 권력욕과 돈을 향한 저질적인 행태에 질려서 수십 년 민주당만 지지했던 나는 다시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겠노라 결심하게 되었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당대표 선거에도 관심이 전혀 없지만 오늘 대통령의 지지율이 44%로 취임 후 최저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나와 같은 골수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이 식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드리드가 어떤 도시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스페인의 수도이지만 제일 잘사는 도시도 아니고 가장 아름다운 도시 또한 아니다. 하지만 이 도시가 무엇을 바라면서 어디로 나아가려 하는지는 분명했다. 총칼 앞에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수호했던 정치인의 이름을 국제공항에 걸었다. 폭력이 난무한 시대에 인간의 이성을 깨웠던 예술가를 잊지 않았다. 실패했지만 옳은 길을 가려 했던 지도자를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 (P.97~P.99)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고 지금도 그리워하는 까닭은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었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는 어쩌면 철저하게 실패한 대통령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것을 향해 끝끝내 나아가려 했던 모습을 우리는 모두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실패 역시 안타까워할 뿐입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배반한 변절자도 아니요, 국민을 기만한 노쇠한 정치인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항상 신념을 굽히지 않는 젊은 정치인이자 겉과 속이 같았던 투명한 정치인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취임 후 1년이 조금 지난 대통령에게서 닳고 닳은 노쇠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그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어쩌면 예정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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