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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님의 서재

장마가 끝나고 나면 대기의 층이 한 뼘쯤 두터워지는 느낌입니다. 텁텁하고 두터워진 대기층으로 인해 한낮의 매미 울음소리가 한 옥타브쯤 높아지게 마련이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하는 그 간절한 소음을 뒤로한 채 점차 뜨거워지는 여름 햇살의 열기는 두꺼운 대기층을 뚫고 지상의 모든 생물을 향해 "견뎌라. 이 고통을 견디는 자만이 곧 다가올 가을의 신선한 햇살을 누릴 자격이 주어지리니."라고 외치는 듯합니다.


어느새 8월입니다. 경남의 어느 지역은 한낮 기온이 41도를 넘었다지요. 극한의 더위 속에서 우리는 이따금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도 하고, 이웃의 죄를 싸잡아 비난하기도 하지만 결국에 내게 돌아오는 것은 허무와 결핍으로 얼룩진 앙상한 팔뚝과 빈손뿐입니다.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를 피해 작은 양산의 그늘 속으로 숨어보지만 아스팔트가 내뿜는 열기는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이글이글 불타는 한낮의 도로는 모자이크를 닮은 아지랑이로 인해 모든 피사체가 흔들리고 있는 듯합니다. 여름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태양의 열기 속에서 자신의 크고 작은 죄가 흔적도 없이 불타버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낮 기온이 아무리 뜨거워도 우리에게는 일말의 '죄 사함'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늦가을의 낙엽을 밟으며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이서희 작가의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2>를 읽고 있습니다. 아스라이 멀어졌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눈앞에 소환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잠시 행복할 수 있겠습니다.


"누구나 힘든 시절을 보내고, 아픔을 간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시기를 보내는 태도에 있습니다. 안나와 마니를 통해 우리가 치유받을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소녀들은 힘든 일과 슬픔을 피하지 않고 마주합니다. 솔직한 태도로 내면의 아픔에 마주 서는 것입니다."  (p.68 조앤 G. 로빈슨의 '거기 마니가 있었다')


도서관에 반납해야 할 책이 한 권 있는데 도서관에 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베란다 창밖을 보니 아파트 화단에 무궁화가 피었습니다. 어렸을 적 보았던 무궁화는 시골집 담장 밑에 피어서 진드기 떼의 습격을 고스란히 받곤 했던 까닭에 언제나 지저분한 꽃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무궁화에 진드기가 달라붙은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 꽃이라는 상징성이나 주목도는 예전에 비해 많이 퇴색된 게 사실입니다. 베란다 창을 열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두텁고 답답한 대기층이 한꺼번에 밀려듭니다. 아무래도 책을 반납하는 일은 내일로 미뤄야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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