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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님의 서재
  •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15만 부 리커버 ...
  • 김상현
  • 15,750원 (10%870)
  • 2020-01-16
  • : 12,817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몇몇 추구하는 것들이 있다. 그중에서 나의 일상을 지배하는 게 있다면 '추상적인 것에 연연하지 말자'는 것이다. 예컨대 '행복하게 살자'와 같은 추상적인 문장을 추구하거나 매달리기보다는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구체적인 행위, 이를테면 산책이나 낮잠 등 때에 따라 다양한  어떤 것을 선택하여 실행에 옮기려 한다는 점이다. 나의 일상이 그렇게 흘러가면서부터 나는 대학생인 아들에게도 어떤 일의 선택 기준이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이따금 당부하곤 한다. 이를테면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단순히 어떤 의무나 관습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런 일은 하지 말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그와 관련하여 나중에 어떤 직장에 취업을 하고 출근을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정말로 100% 의무감 때문에 하고 있다면 이직을 포함하여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주변 사람들의 반론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느냐는 것.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라도 그 일의 밑바탕에는 99%의 의무감과 1%의 재미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우리의 인생은 꽤나 긴 듯하지만 사실 지나고 보면 너무나 짧다는 걸 실감하기 때문이다.


"책에 담고 싶었던 세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첫째는 결국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 둘째는 좋은 사람이 돼서 좋은 사람을 곁에 두었으면 한다는 것. 셋째는 결국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들은 다 행복하기 위해 한다고 믿고 있고,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행복은 과연 어디서 나오게 되는 것일까요.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랑. 저는 행복이라는 건 결국 사람과 사랑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p.8 '작가의 말' 중에서)


김상현 작가의 에세이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는 출간된 지 적어도 5, 6년은 흘렀고,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미신처럼 믿고 있는 책과의 궁합이 맞지 않았던 탓인지도 모른다. 남들이 아무리 좋다며 권하더라도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때가 있고, 한참이 지나 책의 인기가 시들해질 무렵 '아, 이 아무개가 이 책을 권한 적이 있었지' 하는 생각이 퍼뜩 떠올라 예정에도 없던 독서를 시작할 때가 있다. 말하자면 이 책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싶다.


"매일 아침마다 내가 오늘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질문한다. 답은 언제나 똑같다. 또 그런 일상들을 보낼 것이다. 가끔 내가 그리는 미래에 닿았을 때, 그려왔던 모습과 다르면 실망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며 또 다른 답을 찾기도 하고 길을 찾기도 한다. 왜 살아가고 있는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삶의 주제가 온전히 나이기에 끊임없이 되묻고 깨닫고 갈망한다."  (p.165)


우리는 이런 종류의 책이 마치 사회 경험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나 자신의 미래가 불안하여 밤잠을 설치게 되는 결혼 적령기의 그들에게나 어울리는 책으로 분류함으로써 자신에게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하루도 타지 않는 날이 없을 만큼 감정에 쏟는 에너지가 극심하여 체력이 남은 상태의 가뿐한 몸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는 날이 없는 까닭에 오늘의 나를 위로할 단 한 줄의 문장은 어느 날이나 필요한 게 아닌가. 마음을 가라앉혀 줄 힐링 에세이는 어쩌면 나의 마음에 건네는 한 병의 박카스가 아닐까 싶다. 인간관계로 인하여, 과도한 불안과 고민으로 인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과 슬픔으로 인하여 지친 우리 영혼을 위하여 우리는 영혼의 자양강장제를 한 병쯤 마셔야 하지 않을까.


"결국 인생은 고통이다. 삶 자체는 고통일 수밖에 없다. 존재 역시도 고통이다. 우리가 죽음으로 회귀하는 동안 살아내야 하는 저항값이 고통인 것이다.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 고통 받는 건 당연하다. 허나 고통을 회피하는 건 존재를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나아가고 흘러가기 위해서 많은 것들에 부딪혀야 한다. 그것이 사람일 수도, 환경일 수도, 체제일 수도 있다."  (p.214)


늦은 장마가 시작되면서 하늘은 연일 어둡거나 희미해지고 있다. 몸에 닿는 바람도 전처럼 건조하고 상쾌하지가 않다. 눅눅하고 끈적한 공기가 번번이 의욕을 꺾는 바람에 휴일이면 온통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우리는 기억의 원심력에 한없이 휩쓸린다. 우리를 강한 인력(引力)으로 빨아들이는 과거의 기억들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대기 중의 습습한 알갱이들마다 나를 붙잡는 기억들로 가득하다. 습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나는 맥을 못 추고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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