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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님의 서재

강한 햇살에 외출이 두려울 정도입니다. 선크림 없이 햇빛을 쪼이면 금세 화상을 입을 듯한 날씨에 사람들은 다들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듯, 휑한 거리에는 이따금 먹이를 찾는 비둘기 떼만 오가고 있습니다. 곧 7월인데 장마는 여전히 감감무소식. 덕분에 우리는 열대야 없는 쾌적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유럽은 요즘 40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로 인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데 열대야도 없는 건조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우리는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강진으로 도시 전체가 사라진 베네수엘라의 처참한 모습을 뉴스 영상으로 볼라치면 가슴 한 켠을 도려내는 듯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이렇듯 다른 모습으로 서로를 기억하게 됩니다.


인터넷 포탈에서는 우리나라의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32강 진출이 좌절되었다는 소식으로 도배가 되었습니다. 축구에 그닥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그게 뭐 그리 중요한 소식인지 살짝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나 정몽규 축구협회장에 대한 욕을 하면서도 대표팀의 32강 진출을 바라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던 듯합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오히려 잘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한 번쯤 완전히 망해보는 경험이 필요했을 테니까 말입니다. 적당히 잘하고, 국민의 기대에 적당히 부응하다 보면 축구협회를 비롯한 우리나라 축구계의 개혁이나 발전은 점차 늦춰질 수밖에 없고, 국민들의 분노나 질타가 없는 상황에서는 현재의 시스템을 굳이 뒤엎을 이유도 찾기 어려울 테니까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작금의 민주당도 반면교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처럼 정권도 잡고, 여대야소의 국회 구도 속에서 원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되기까지 어렵게 어렵게 온 것인데, 여당의 국회의원들은 이제 자신들의 권력다툼에만 매몰되어 상대방을 헐뜯고 조롱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들도 어쩌면 축구협회의 전철을 밟으려고 지금부터 준비중에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음 총선에서 철저히 망하고, 한동안 여소야대의 설움을 겪다가 정권마저 내주고 난 후에야 그들의 잘못을 알지 않을까 싶습니다.


멀리 아파트 정문에 들어서는 이웃집 할머니의 모습이 보입니다. 등이 굽은 채로 무거워 보이는 성경책가방을 들고 오시는 걸 보니 교회에 다녀오시나 봅니다. 나는 이따금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교회에 내는 헌금이나 절에 내는 시줏돈을 모아 종교시설이 아닌, 그 돈을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면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훨씬 더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 말입니다. 하지만 교회에 나가는 사람이나 절에 나가는 사람이 가난한 이웃을 돌보겠다는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고 그들에게는 오직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만 생각하는 까닭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하느님이나 부처님께서 이루어 줄 리도 없고, 목사나 스님의 배만 불리고 있을 테지요. 그 사실을 정작 돈을 내는 본인들만 모르고 있을 테지만 말입니다.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모든 걸 태워버릴 듯 쏟아지던 햇살도 잦아들고 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잠깐 낮잠을 자야겠습니다. 언제부턴가 아파트 담장에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인간도, 동물도 현실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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