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온은 여전히 차고 건조하다. 나는 요 며칠 바쁘고 힘들었다. 삶의 언저리에서 맴맴 맴을 돌다가 아무런 맛도 감각하지 못한 채 맹탕의 날들을 흘려보내는 듯한 느낌. 그렇게 맴을 도는 사이 거리에는 목련의 봉오리가 벙글고, 매화도 해끗해끗 봉오리를 틀고 있다. 감각하지 못하는 여러 날들을 보내고 나면 건조한 삶에 거뭇거뭇 튼 흔적이 남는 것 같다. 손등이 터서 까슬해지는 것처럼.
며칠이면 끝날 것 같던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루에 한 번씩 말을 바꾸면서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돈벌이에 여념이 없는 듯하고, 국가의 최고 권력을 철저히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데 사용했던 윤석열과 김건희의 방식을 먼 나라 미국의 대통령이 보고 배웠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구치소에 있는 윤석열은 트럼프로부터 교육비를 받아도 좋을 듯하다. 식탐이 많은 사람이니 사식이라도 넉넉하게 넣어 달라고 부탁을 할 수도 있겠지.
마쓰이에 마사시의 <거품>을 읽고 있다. 아주 오래전에 나는 그의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읽고 진한 감동을 받았었다. 그 후에도 나는 작가의 소설 두어 권을 더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와 같은 깊은 인상은 받지 못했다.
"나한테는 고정해줄 압정pin이 없다., 라고 가오루는 생각한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자기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해줄 것이 없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매일 학교를 다님으로써 임시로 압정이 주어졌었다. 체육 특별활동부에 들어가고 운동을 하며 날이 새고 날이 지고 녹초가 되면, 좀 더 나를 꽉 고정하는 압정이 되었다. 학교를 그만둬버리면 어떻게 될까? 압정이 빠진다. 나는 지금 어디에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하늘하늘한 얇은 종이나 같다. 학교에서 박리되어 바람에 날리고, 강에 떨어졌다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서 가라앉는다. 바닷물에 녹아서 가루가 된다." (p.61)
한낮 기온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반소매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도 더러 목격된다. 일부러 과시하려는 태도일지도 모르지만, 한낮 기온은 그들의 허세를 받아줄 만큼 넉넉히 올라 있다. 어스름이 내리는 걸 보니 또 하루가 지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