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또 한 주를 시작해야 합니다. 어제는 새벽부터 바람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하늘을 향해 손전등을 비출 때마다 짙은 농도의 어둠 속으로 서너 장의 낙엽이 사선을 그리며 낙하하곤 했습니다. 간밤에 소리도 없이 살짝 흩뿌렸던 비가 메마른 낙엽 위에 이슬처럼 맺혀 있고, 나의 발길이 닿을 때마다 비명을 지르듯 서걱댔습니다. 습관처럼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낼 테고 차분히 헤아리거나 의식하지도 못하는 채 한 주를 또 그렇게 흘려보낼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거짓말처럼 바람이 잦아들었습니다. 올가을 들어 처음 영하로 떨어진 아침, 날이 추울수록 공기는 맑다는 걸 아는 나로서는 갑작스러 추위가 영 마뜩지 않은 것은 아니어서 나는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습니다. 공기는 맑고 고요는 깊었습니다. 고요가 한정 없이 깊어서 산을 오를수록 낙엽 밟는 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어둠을 밀어내는 손전등 불빛이 힘겨워만 보이고, 인근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는 벌써 일꾼들의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립니다. 어제에 비해 등산객의 숫자는 많이 줄어든 느낌입니다.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쓴 <호의에 대하여>를 읽고 있습니다. 전업 작가가 쓴 글처럼 매끄럽거나 맛깔난 문체는 아닙니다. 그러나 투박한 문장에서 그의 진심이 묻어납니다. 책의 제목은 <호의에 대하여>이지만 나는 '진심에 대하여'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갑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30대에 형사 단독 판사를 할 때 어느 지원장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30대가 되면 단독 판사로 판결할 수 있다." "부처님도 득도한 때가 30대였고, 예수님도 돌아가실 때가 서른세 살이었다." 그분의 말씀을 지금에 와서 풀어보자면 '세월의 부피가 아니라 세월의 무게가 중요하다. 그러니 나이의 적고 많음에 얽매이지 말고 세월의 무게를 체화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경험하라'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p.106 '나이 먹는 일의 기쁨과 슬픔' 중에서)
해가 뜨면서 어느 정도 한기는 가셨지만 한낮에도 기온은 크게 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앞선 날들이 평균 이상으로 더 따뜻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나는 점심을 먹고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도 거른 채 서둘러 사무실로 복귀했습니다. 창밖에는 늦가을 햇살이 넘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